이민귀 금속노조 센트랄지회 지회장은 지난 16일 회사에 붙은 ‘신설라인 설치건’이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해당 공고문은 이달 11일 설립신고증을 받은 신규노조인 센트랄노조가 붙인 것이다. 공고문에는 “센트랄노조는 신설라인 설치건과 관련해 회사와 협의한 결과 아래와 같이 확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4개의 신설라인명이 명기돼 있었다. 공고문 하단에는 센트랄노조의 직인까지 찍혔다.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센트랄지회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생산라인 증설을 요구해 온 가운데 설립된 지 열흘도 안 된 신규노조가 노사협의회에서 이 같은 요구안을 쟁취해 낸 셈이다. 문제는 신규노조인 센트랄노조의 간부들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선출된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노사협의회 관련법안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은 근로자위원 선출시 노동자가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선출하되, 과반수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에서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조합원수 234명으로 과반수 노조인 금속노조 센트랄지회가 근로자위원을 위촉해야 한다. 센트랄에는 생산직(237명)과 사무직(193명)을 포함해 430명이 일하고 있다. 신규노조인 센트랄노조의 조합원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센트랄노조가 법적 근거가 없는 정체불명의 노사협의회에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 낸 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의의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노사합의를 했다면, 그 합의사항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센트랄지회와 센트랄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센트랄지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소수노조인 센트랄노조가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실상 교섭권을 행사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 과정에서의 혼란을 막겠다는 창구단일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센트랄노조는 설립되는 순간부터 노동계로부터 회사노조(Company Union)라는 의혹을 받았다. 회사측이 지난 4월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으로 변경하면 7월1일 복수노조가 시행되더라도 사무·관리직 노조를 만들지 않겠다”고 지회에 압박을 가했을 때부터 ‘반민주노총’을 표방하는 사용자 주도 노조의 등장이 예견됐다. 공교롭게도 신규노조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택했다.

한편 센트랄지회에 따르면 센트랄노조에는 현재 풀타임 전임자 1명(위원장)과 파트타임 전임자 2명(부위원장·사무국장)이 활동 중이다. 노동부가 고시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한 것이다. 타임오프 한도에 따르면 조합원이 12명인 센트랄노조는 파트타임 전임자 1명만 둘 수 있다. 조합원 234명인 지회에 3명의 전임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민귀 지회장은 “신규노조에 대한 회사측의 지원이 도를 넘었다”며 “회사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물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 노무팀 관계자는 “새 노조의 노사합의 공고는 실무상 착오가 빚어진 것이며, 새 노조에는 임시 전임자 1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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