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계열 반도체 후가공업체인 시그네틱스가 사내하청 활용을 통한 인력운용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업체는 수년에 걸쳐 생산부문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고, 기존 정규직을 간접고용 형태로 재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시그네틱스 안산공장은 14일부로 정규직 노동자 32명을 전원 정리해고할 계획이다. 지난달 해고통보를 마친 상태다. 시그네틱스는 2001년에도 서울 염창동 공장을 폐쇄하고 파주와 안산으로 공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30명을 해고했다. 당시 해고됐다 법원의 복직판결을 받고 일터로 복귀한 노동자들은 이로써 두 번째 해고를 통보받았다.
 


정리해고가 완료되면 안산공장 생산부문에는 정규직이 1명도 남지 않게 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만으로 공장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시그네틱스분회 관계자는 “이미 비정규직 100%로 운영되는 파주공장의 전례를 보면, 회사가 안산공장마저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주공장의 경우 자회사를 설립해 생산직 전원을 자회사로 전적시킨 뒤, 자회사 산하에 공정별로 소사장을 두는 방식으로 10여개의 2차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파주공장 생산직 노동자 600여명은 전부 이런 방식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안산공장도 지난해 ‘유엔씨’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노동자들에게 전적을 요구해 왔다. 회사측은 “안산공장이 적자이기 때문에 희망퇴직이나 하청업체로의 전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분회는 이 요구를 거부하자 회사측은 조합원 32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분회 관계자는 "시그네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2천380억원, 순이익은 196억원에 이른다"며 "정리해고의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그네틱스의 ‘비정규직 공장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서 “영풍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지난 10년간 사내하청을 통한 비정규직 고용을 진행해 왔다”며 “고용시장을 교란시키고 불법파견을 확산시키는 재벌기업의 편법적인 사내하청 활용은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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