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근무 중 직장 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동료로부터 맞아 부상을 당했다면 업무상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이 타인의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을지라도 폭력의 원인이 직무와 관련한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ㅇ아무개씨는 지난 2009년 12월 학부모 초청 연극 공개수업 준비를 위해 휴일근무를 하던 중 평소 학교행정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던 ㅂ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ㅂ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자, ㅇ씨는 당직실로 급히 피하다 안면부를 진열장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부상을 당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개인 간 단순 폭행사건”

ㅇ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업무 중 동료로 인해 안면부 열상 경추 및 요추 염좌·측두하악관절 질환(제1상병)을 얻고, ㅂ씨가 평소에도 컴퓨터 도둑으로 누명을 씌우는 등의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스트레스성 우울과 불안(제2상병)을 얻었다”며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무상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사건 상병이 개인 간의 단순 폭행사건이라며 공무상요양을 불승인했다.

이에 ㅇ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행정7단독 유환우 판사)은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제1상병에 대해 “공무원이 타인의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은 경우라도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돼 발생한 것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며 “ㅂ씨의 폭행에 의한 ㅇ씨의 부상은 직무갈등에 따른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내재된 위험 현실화,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법원은 △ㅇ씨가 이 학교 교무부장인 ㅂ씨와 사적 원한관계가 없고 △ㅇ씨가 폭행 당일 시간외근무를 하고 있었고 △ㅇ씨가 ㅂ씨를 피해 당직실로 도망가는 등 ㅇ씨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제2상병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미 ㅇ씨가 2008년 ‘상세불명의 재발성 우울성 장애’ 진단을 받아 휴직을 하는 등 사건 발생 당시 질병소인을 이미 갖고 있었다”며 “ㅇ씨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ㅂ씨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절취 혐의로 다른 동료로부터 의심을 받고 수사를 받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사적인 우연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관련판례]

서울행정법원 2010구단12494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