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 소속 사업장 6곳에 복수노조가 설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노조 소속 지부·지회가 설립된 사업장 260여곳 중 6곳에 신규노조가 설립됐다. 경남 창원 유압기계 전문업체 두산모트롤, 경북 구미 반도체 생산업체 KEC, 충북 영동 자동차부품업체 엔텍, 경기 시흥 중장비용 유압컨트롤밸브업체 파카한일유압, 전남 영암 신문용지 제조업체 보워터코리아, 경북 대구 자동차부품업체 에이브이오카본코리아 등이다. 사업장 숫자만 보면 복수노조 폭풍이 노조 조직률에 타격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신규노조가 만들어진 6개 사업장 가운데 두산모트롤·KEC·파카한일유압·보워터코리아 등 4곳은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다. 장기간 이어진 노사갈등으로 노조의 조직력이 약해진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두드러진 셈이다. 노동계는 이들 사업장의 새 노조가 회사측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두산모트롤의 경우 지난 5일 신규노조가 만들어졌다.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두산모트롤지회와 회사측은 2008년부터 3년 넘게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다.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본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의하면 지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따라서 신규노조는 올해 교섭에 응할 수 없다.

하지만 지회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앞으로 1년 정도만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단체협약이 해지된 상황인 데다, 앞으로도 노사가 타결에 이를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법 시행령(제14조의10 제3항)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1년 동안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면, 신규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측 지원을 받고 있는 신규노조가 1년간 덩치를 키운 뒤 교섭요청을 하면, 지회가 교섭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파카한일유압에는 복수노조 허용 첫날에 신규노조가 설립됐다. 조합원수는 55명이다.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의 조합원수는 해고자를 제외할 경우 30명이다. 분회는 당장 올해부터 교섭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송태섭 분회장은 "그동안 회사가 분회와의 교섭에 형식적으로만 응해 왔는데, 이제 회사 관계자들이 주도해 만든 노조하고만 교섭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규사업장에 복수노조 설립이 두드러진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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