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노총이 내놓은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 포스터에는 한 남성노동자가 앞을 향해 걸어가는 사진이 실려 있다. 이처럼 노동계가 만드는 포스터는 대개 남성 노동자의 투쟁성을 강조한 이미지가 삽입되기 마련이다. 보건의료노조나 민간서비스연맹처럼 여성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산별연맹이 늘고 있음에도 민주노총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여전히 ‘87년 체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성평등 위원회 건설준비팀’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민주노총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집행을 책임지는 ‘성평등 위원회’를 만들어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단위노조의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여전히 노동계 내에 팽배한 가부장적 문화를 개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제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만 고민하고 혁신을 얘기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형식적인 성희롱 교육과 부문화된 여성사업 방식으로는 성평등한 조직으로 혁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성평등 사업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97년 여성위원회를 설립했다. 여성위는 그동안 △여성할당제 시행 △성희롱 관련 규정 제정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에 대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 같은 활동이 토대가 돼 단위사업장에서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시행 △산전후휴가·육아휴직제도 등 모성권 확대 △보육시설 확대 및 수당 확보 같은 성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위 활동만으로는 민주노총 내부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조직문화를 쇄신하기에 역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특히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이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를 겪은 뒤 성평등 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집행하는 성평등 위원회를 구성하고, 성평등 사업 전문인력 확충과 민주노총 규약·규정의 성인지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 부위원장은 “노동 문제와 여성 문제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성평등 위원회는 성적 차이를 이해하고, 차별과 폭력의 구조를 이해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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