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교섭일인데 회사측이 교섭석상에 나올지 모르겠어요.”
금속노조 창원 효성지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회사측은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될 때까지 교섭을 중단한다”고 지회에 알려 왔다. 지난 1일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게시한 회사측은 고용노동부의 복수노조 매뉴얼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 공고기간(7일)과 교섭요구노조 확정 공고기간(5일) 동안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회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제2의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데, 회사가 굳이 교섭을 중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회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더라도, 교섭이 중단된 12일에 대해서는 누가 보상하느냐”고 되물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1일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둘러싸고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창원효성지회의 사례처럼 교섭기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북 영동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엔텍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업장은 지난 1일부로 복수노조 사업장이 됐다.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엔텍지회(지회장 김종욱)가 회사와 교섭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기업별노조인 엔텍노조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지회는 이날 회사에 서면으로 교섭을 요청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엔텍 사측도 창구단일화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엔텍지회와의 교섭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과 엔텍지회는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김종욱 지회장은 “새로 생긴 노조는 음으로 양으로 회사측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설노조가 조합원을 늘려 제1 노조가 되면 지회가 그동안 벌인 교섭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회사가 교섭을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교섭비용을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상환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금속노조 소속 상당수 사업장 노사가 기존의 교섭을 이어 가고 있다”며 “교섭중단은 불필요한 논란과 비용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회사측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확정된 교섭대표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교섭에 응하지 않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교섭 중단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확산될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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