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소재 자동차용 램프 제조업체인 현대아이에이치엘(주)은 최근 금속노조 아이에이치엘지회에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 사본을 보냈다. 공고문 사본에는 “우리 회사는 2011월 4월6일 금속노조 아이에이치엘지회로부터 교섭요구가 있어 현재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7월1일부터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9조의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 회사와 교섭을 하려는 노동조합은 공고기간(7월1일~8일) 내에 교섭을 요구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는 7월1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정식으로 게시할 계획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고용노동부의 복수노조 매뉴얼에 따르면 현재 교섭 중이거나 단체협약 만료 3개월을 앞둔 노조가 회사에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다. 현대아이에이치엘의 사례처럼 회사가 공고를 통해 기존 노조와의 교섭사실을 공표할 경우 이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된 것으로 봐야 할까.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런 경우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국 근로개선지도과장 회의에서 “교섭 중인 노조는 이미 교섭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므로 서면을 통한 별도의 교섭요구를 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수 있고, 7월 이전에 교섭을 시작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로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면 교섭요구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업장 지도방침을 하달했다.

이러한 노동부의 입장은 노조의 교섭요구 시기와 방법을 명시한 노조법 시행령(제14조의 2)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호 노사관계법제과장은 “이미 교섭 중이거나 교섭을 요구한 노조에 굳이 교섭요구 절차를 밟도록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라며 “7월1일부터 새롭게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는 반드시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이 같은 해석은 결과적으로 기존 노조의 교섭권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 교섭을 벌이고 있는 과반수 노조의 경우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게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방향으로 교섭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소속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회사측이 먼저 교섭요구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을 취합하고 있다”며 “노조가 먼저 교섭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방침이고, 교섭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단위노조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두루 감안하면 회사측의 교섭요구 공고를 통한 창구단일화 절차 개시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은회·김미영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