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둘러싸고 갈등해 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오후 노사협상을 마무리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조합원들은 “지회가 조합원들의 반대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파업철회를 선언했다”고 반발했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과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1시께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식당에서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지회가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190일 만이다.

노사는 지회의 파업 철회와 업무복귀 조건으로 △해고자 중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처우기준을 적용하고 △형사 고소·고발과 진정건 노사 쌍방 취하, 징계 등 인사조치는 조합원에 한해 면제 노력, 지부 및 지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최소화, 그리고 △김진숙의 퇴거는 노조에서 책임지고 △타임오프 및 현안 문제 등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전향적으로 개선하도록 노사가 계속 협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3년간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죽음의 공장으로 변해 가는 영도조선소를 방치할 수 없어 총파업 철회와 현장복귀를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측도 “이제 회사와 노조는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합의서에 서명한지 1시간여 만인 오후 2시께부터 부산지법의 강제퇴거집행이 진행됐다. 법원과 법원이 동원한 경비용역원들이 조선소에 투입돼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정동영 민주당 의원·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등은 조선소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경찰력 투입을 저지했다.

한편 정리해고 조합원 30여명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기 지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폭이 좁고 가파른 계단과 크레인 중간 상판에 모여 있다. 회사측이 고용한 사설경비용역원들이 크레인에 입구에서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농성 조합원의 가족들과 부산지역 시민들은 크레인이 마주 보이는 한 아파트 계단에 모여 앉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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