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부문 수주활동 재개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향후 안정적인 현금영업이익(EBITDA)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선박대금 결제조건의 변경으로 경쟁사에 비하여 신규수주 위축에 따른 선수금 감소위험도 적어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 분석은 필자의 의견이 아니라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한 한진중공업의 자체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5월27일 1천5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매년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진중공업 회사채를 인수한 메리츠종금증권의 평가의견도 같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조남호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진중공업그룹은 조선과 건설을 주사업으로 하는 한진중공업 외에도 서울·경기 53만 가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륜E&S, 각종 건설부문 기획·타당성 조사·설계·분석 등을 하는 한국종합기술,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일레저, 발전소 운영과 공급을 하는 대륜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진중공업을 제외한 이들 계열사들의 매출액은 1조원에 달하며, 지난해 30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그룹은 정부와 관련돼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 노원·도봉·강북 성북, 경기도 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에서 정부가 인정하는 지역독점사업 형태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륜E&S는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을 번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4대강 사업 등 정부 대형 토목사업에 대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종합기술 역시 정부 사업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그룹의 중심 기업인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조7천억원의 매출에 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순익은 517억원 적자를 봤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적자를 본 것이 아니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영업이익으로 해외투자사업을 한 것이다.

한진중공업 자본 스스로도 "2007년 이후 경기침체와 수빅조선소 건립 등으로 지분투자자금소요 및 공사비 미수금 증가 등이 발생하여 현금흐름이 다소 저하"됐으나, "초대형 유조선(VLCC) 수주도 이루어지고 있고, 해군 고속정 및 경기정 등 특수선 부문에도 수주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외형유지가 가능"하여 "경쟁사 대비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실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업 시장에서 경쟁력도 있고, 영업수익성도 좋다는 것이다.

사측 스스로도 한진중공업 어디에도 정리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고의 이유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찾을 수 없는 사측은 영도조선소에 수주물량이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한진중공업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평가를 하는 기업신용평가기관의 보고서는 영도조선소에 대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 재편 과정”에 있으며 이에 향후 “도크의 여유를 활용하여 기존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형컨테이너선과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수주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도조선소는 일시적 사업조정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남호 회장의 탐욕을 제외하면 정리해고의 이유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국회는 오는 29일 조남호 회장에 대해 청문회를 하기로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진중공업은 정부 관련 사업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렸지만,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책임은커녕 이유도 없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조남호 회장이 정리해고를 밀어붙인다면 의회는 불법 정리해고에 대한 고발은 물론 한진중공업그룹의 도시가스 사업권 박탈, 정부 토목사업에 대한 배제 등을 정부에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생색내기 식 쇼 이상을 하고자 한다면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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