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장관’이 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열이레 만인 16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취임 후 첫 노사분규 사업장 방문이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 나가길 기다리겠지만 불법행위가 정도를 넘거나 파업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노동현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언급한 것이다.

장관의 방문에 앞서 부산지법 제14민사부는 지난 13일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경찰력 투입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날 장관의 방문으로 경찰력 투입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경찰과 검찰도 모자라, 법원과 고용노동부까지 한통속이 돼 노동자 내쫓기 합동작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부산판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현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한진중이 어떤 회사인가. 올해로 74년째 운영되는 국내 열한 번째 장수기업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다. 90년대 이후 부산시 관내 제조업체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는 역외이전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져 내릴 때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온 회사다. 지역 고용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해외에서 먹고살 길을 찾겠다며 국내의 일터를 차례로 폐쇄하고, 지금까지 회사를 일궈 온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특정 건설업체가 영도조선소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돈 지도 이미 오래다.

일자리 장관을 표방하는 이채필 장관과 “앞으로는 노동부가 아닌 고용부로 불러 달라”고 항변해 온 노동부는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나. 조선소 노동자들이 빠진 일자리를 건설노동자로 채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일자리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의 해법 마련이 어렵다면, 해법을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공권력 운운은 스스로의 능력 부재를 시인한 것에 불과하다.

이미 일거리가 바닥난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들 대단한 피해가 발생할 리 만무하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장관이 처음부터 ‘피해 운운’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일자리 장관'이 되고 싶다면 '일자리'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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