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대응,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진보정당 통합을 둘러싼 여러 진통에 대해서는 “새 정당의 주인은 기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당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와 민중”이라며 “이 점을 유념하면 지엽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최저임금 협상과 관련해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함께하는 최저임금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복수노조 시대, 내부 혁신 박차"

이날 간담회에서 언론들은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민주노총의 향배에 관심을 보였다. 당면 투쟁계획과 무노조 사업장 조직화 전략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복수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분명히 반대하고, 이 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가 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는 법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복수노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황색노조·어용노조·회사노조의 출현이라는 외부의 공격이 예상되고, 민주노조 진영 내부에서는 정치노선 등 차이에 따른 분화와 분열이 예상된다”며 “우리의 진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강화하고 어용노조와의 차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다음달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삼성·포스코 같은 무노조 사업장에 대한 조직화의 길이 열리게 됐다. 민주노총도 이들 사업장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는 등 물밑 논의를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삼성에 민주노조를 건설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처럼 얼울하게 죽어 가는 노동자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조직화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반노동정책이며 그 핵심은 ‘반산별노조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부는 노조가 기업의 벽을 넘어 산별노조로 뭉치는 것을 봉쇄하고 있고, 이는 상급단체 파견자 타임오프 제외와 같은 제도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며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산별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고, 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지면 집단 계약해지 같은 방식으로 노조의 씨를 없애는 것이 현 정부 노동정책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 의제, 노조법 재개정 될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민주노총의 중·장기 투쟁계획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잘못된 법을 지키는 사람도 아니고, 잘못된 법을 어기는 사람도 아니고, 잘못된 법을 고치는 사람”이라며 “6월 중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23일 보신각 집회를 시작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협상이 마무리되는 29일까지 시기집중 투쟁을 벌인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6월 법 개정이 무산되면, 오는 11월 노동자대회를 전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노조법 재개정이 주요 의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양대 노총의 요구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야4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이 되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자감세였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야당이 의회권력을 쥐면서 가장 먼저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진보정당 대통합 논의가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불거진 북한체제나 당내운영, 대선 등 3대 쟁점은 양당을 통합해야 한다는 기대와 새로운 물결에 견줘 보면 지엽적인 문제”라며 “이르면 다음달 15일까지 1만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통합 진보정당이 발족할 수 있도록 노동계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최저임금 투쟁도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협상 마지막날인 이달 29일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며 “이날 집회는 그동안 귀족으로 매도돼 온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해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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