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348일 만에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파업 참가 조합원 180여명에 대한 업무복귀 결정을 발표한 경북 구미 소재 반도체업체 KEC에서 복귀 하루 만에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가 복귀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지시에 불응할 경우 법적 처벌을 감수한다’는 취지의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고, 전체 직원을 ‘파업 불참자-파업 참가 검찰 기소자-파업 참가 미기소자’로 나눠 차별대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KEC 회사측은 전날 파업 조합원을 복귀시킨 뒤 전체 직원을 ‘창조’·‘개혁’·‘실천’ 등 3개 조로 편성했다. 각 조에는 세 가지 색깔로 구분된 유니폼이 제공됐다. 파업에 참여했느냐, 파업 참여로 검찰에 기소됐느냐에 따라 회사의 별도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업무복귀 노동자들에게 확약서 서명도 요구했다. 확약서에는 △인사노무권은 회사에 있음을 확인함 △회사의 교육 및 업무지시에 임할 것 △생산성 향상에 동참할 것 △회사 손실행위 및 임직원 비방행위를 하지 않을 것 △위 사항들을 어길시 법적 처벌을 감수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회사는 사내 교육장에 복귀자들을 모아 놓고 파업 동영상을 보게 한 뒤 감상문을 쓰게 하고, 복귀자들이 이동할 때 사진촬영을 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당노동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회사측은 업무복귀에 앞서 파업 참가 조합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파업 가담자들이 업무에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 “현행 2조2교대제를 기존 3조3교대제로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 “복수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7월 이후 지회는 상대를 안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역협의회 사무국장은 “회사는 지난해 타임오프를 내세우며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지만, 회사의 진짜 속내는 노조 없애기”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와 KEC지회는 15일 부당노동행위와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회사측을 고소할 계획이다. 회사측 관리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등이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지회가 지난달 25일 파업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회사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조합원의 업무복귀 시점을 뒤로 늦췄다”며 “쟁의행위가 중단된 상태에서 지속된 직장폐쇄의 정당성 여부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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