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소재 유성기업을 비롯해 최근 노조 파업으로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부산 한진중공업·구미 KEC·전북 버스사업장·대구 상신브레이크·경주 발레오전장에서는 어김없이 직장폐쇄가 단행됐다. ‘노조의 파업→회사측의 직장폐쇄→조합원 퇴거와 시설보호를 이유로 한 사설경비용역 투입→노조-용역 간 물리적 충돌→회사측의 교섭 거부 또는 해태→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및 고소·고발 제기’라는 패턴이 이들 사업장에서 거의 동일하게 반복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성기업 사태를 통해 본 공격적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직장폐쇄의 개념과 직장폐쇄의 정당성과 문제점·제도적 개선방향 등이 검토됐다.

◇위헌 가능성 높은 직장폐쇄=노조법 제2조에 따르면 쟁의행위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같은 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제33조)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만을 보호하고 있는 데 반해 사용자의 단체행동권은 보장하지 않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는 “직장폐쇄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며 “사용자의 쟁의행위로서 직장폐쇄를 허용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와 제46조는 위헌적 조항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폐쇄를 제한적·예외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판결(98다34331)도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는 힘에서 우위에 있는 사용자에게 쟁의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나, 근로자측의 쟁의행위로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이 현저히 불리한 압력을 받는 경우에는 사용자측에게 그 압력을 저지하고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대항·방위 수단으로 쟁의권을 인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맞는다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정당한 점거농성도 불법으로 바꿔=직장폐쇄는 주로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행된다. 하지만 모든 직장점거 농성을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90도1431)은 직장점거 농성에 대해 “사용자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그 종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노조법 제42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르면 점거농성이 금지되는 사업장은 통신·철도·선박·항공기·폭발물이나 유해화학물 저장소 등이다. 이와 함께 ‘생산 기타 주요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를 가져오거나 공익의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시설’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점거농성이 금지돼 있다. 노조의 점거농성을 이유로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하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주로 이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주요 생산시설이든 아니든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배타적 점거가 아니라면 정당하다고 봐야 한다”며 “노조법 제42조의 목적이 주요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업무가 중단된 시설이나 직장폐쇄를 한 경우라면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것도 문제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정당한 직장점거 농성마저 사용자의 직장폐쇄 조치로 인해 돌연 위법한 행위로 취급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직장폐쇄 제도의 허용근거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업 중단시 직장폐쇄는 ‘불법’=직장폐쇄의 대항성·방어성이라는 속성을 감안할 때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취로를 신청하거나 파업을 종료했을 경우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구미 KEC의 경우처럼 노조가 파업 중단과 업무복귀를 선언해도 회사가 직장폐쇄를 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 변호사는 “노조법에 따라 사용자는 쟁의행위가 존재할 때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며 “노조가 평화적인 교섭에 의한 분쟁 타결의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직장폐쇄를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된 경우 노조의 진정한 조업 복귀의사가 있을 때만 직장폐쇄가 위법하다는 일부 견해는 직장폐쇄 제도의 취지나 개념과는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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