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 간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상급단체를 둔 다수노조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6일 민주노총이 총서 ‘복수노조 시대, 노조환경 변화와 주요 쟁점’을 펴내 노조 내 분쟁 해결기능 강화방안 등을 제시해 주목된다.

◇대산별 원칙 흔들?=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민주노총에서도 내부갈등이 다양하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노총 창립 이후 유지돼 온 '1산업 1노조(연맹)'와 '1사 1조직' 원칙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실리주의에 따른 노조 분화와 교섭창구 분리 움직임도 예상되며, 노선 차이에 따른 노조 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창립 초기부터 ‘대산별 건설’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상업연맹+관광연맹=민간서비스연맹 △공공연맹+운송하역노조+민주택시연맹+민주버스노조=공공운수노조 준비위원회 △언론연맹+출판노협=언론노조 △건설연맹+건설일용노조=건설산업연맹 △민주금속연맹+자동차연맹+현총련=금속노조 등이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의 대산별 원칙은 복수노조 시행 이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단, ‘이해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노조 분리’ 사례가 발생할 경우 혼선이 예상된다. 합의에 따른 분화의 경우 상급단체가 이를 추인해야 조직적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역설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조건부 허용’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의결기구 참가와 피선거권 등 분할산별의 동시적 권리행사 제한 △대산별 건설 사업에 따른 통합계획 제출 및 실행 등을 노조 분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같은 내용을 규약에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별연맹 동시가입=동일 사업장 내 복수노조의 산별연맹 동시가입 문제도 제기된다. 고용형태별(정규직-비정규직) 또는 직무·직급·영업수별 노조의 분화가 가속화될 경우다. 기존 노조에 속한 이들 특정조직이 기존 노조로부터 분할해 과반 이상을 점할 수 있을 경우 교섭과 조직화에 유리할 수 있다. 거꾸로 사용자가 기존 노조의 분할을 위해 이들 특정조직의 분화를 종용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원칙적으로 고용형태나 직군 등 조건에 상관없이 노조분할 및 교섭창구 분리와 복수의 단체협약 체결을 금지하고, 불복하는 단위에 대해서는 규약 개정을 통해 징계절차를 마련한 뒤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정 고용형태의 복수노조가 출현하는 등 노조를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을 경우에 한해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에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하고, 엄격한 요건을 둬 상호합의를 전제로 분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을 전제로 한 시한부 분할이나 쟁의행위를 포함한 임단협 공동투쟁 등을 요건으로 두자는 것이다.

◇이중가입은 어떻게=이중가입 조합원의 자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조합원의 이중가입을 규제하거나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노조의 조합원은 조직화의 주체도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조직화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현행법상 이중가입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며 “조직운영 차원에서 이중가입 조합원에 대한 전면적 또는 일정한 권리제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규약 개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조 내 분쟁해결=복수노조 상황에서 민주노총 산하조직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중재하는 것 역시 민주노총의 주요 과제다. 영국노총(TUC)은 중앙위원회가 분쟁해결의 역할을 맡고 있고, 스웨덴노총(LO)은 구속력을 갖는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미국노총(AFL-CIO)은 54년 ‘관할권 침범 안 하기 합의안(no-raid agreement)를 체결하고, AFL 산하 65개 노조와 CIO 산하 29개 노조가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 합의안은 AFL-CIO가 통합된 뒤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노조 간 관할권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고, 총연맹은 심판자 역할을 한다.
민주노총은 두 가지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방안은 현행 규약에 따라 중앙집행위원회를 민주노총의 분쟁처리기구로 두되,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중집 산하에 조사단을 신설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규약 개정을 통해 중집과 별도의 갈등해결기구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규율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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