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개막하는 복수노조 시대는 비정규직의 노조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변화된 조건이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3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복수노조 시행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그 대응’을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철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는 복수노조 시행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복수노조 시스템이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크게 세 가지다. 전반적으로 노조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조직화가 촉진될 수 있다. 또 조합원 과반수를 목적으로 하는 노조들 사이의 조직화 경쟁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화가 이뤄질 수 있다. 김 노무사는 “기존 단일노조가 비정규직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는 노조 내부 세력분리를 추진하는 집단이 사업장 내 조합원 과반수 지위를 얻기 위해 비정규직 조직화를 내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형 노조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비정규직노조가 독자적인 교섭권을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에 복수노조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인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김 노무사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저조했던 이유는 고용불안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스스로 노조활동이 고용유지에 미치는 득실을 따졌고, 그 결과 노조 조직률이 낮아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비정규직 조직화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론 비정규직 조직화에 성공하더라도 창구단일화 제도로 인해 독자적인 교섭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김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정규직노조가 교섭을 전담하고 비정규직노조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복수노조의 시행이 비정규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박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미영 건설노조 법규부장은 “건설현장의 경우 신규 건설현장에 조합원이 투입된 뒤에야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며 “그런데 앞으로는 전문건설업체가 여러 개의 공사현장을 갖고 있더라도, 교섭 당시 조합원이 건설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단체교섭 요구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건설현장별 단협 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들이 서로 먼저 건설현장에 들어가려고 노-노 갈등을 벌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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