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비정규직 철폐’로 집회신고가 돼 있지만, 정작 집회는 열리지 않은 이상한 장소가 있다. 청계천 인근 서울 태평로1가 파이낸스빌딩 앞 인도가 그곳이다.

31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서울 남대문경찰서로부터 제출받은 파이낸스빌딩 앞 인도 집회신고 내역에 따르면, 올해 1월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회신고가 돼 있다. 그에 앞서 1월5일부터 12일까지, 같은달 19일에도 집회신고가 나 있다.

이렇게 꾸준히 집회신고를 낸 당사자는 파이낸스빌딩 시설관리팀의 임아무개 보안주임이다. 그는 모든 집회를 '비정규직 철폐 집회'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 개최 여부를 집계한 결과, 파이낸스 시설관리팀이 신고한 집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열린 집회는 종북좌익척결단(3월7일)과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3월19일)가 개최한 두 번의 집회가 전부다.

이러한 사실은 3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비없세)가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를 하려다 신고 자체가 반려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이미 집회신고가 돼 있고 △태평로1가 일대가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비없세의 집회신고를 불허했다. 홍순광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이낸스빌딩측이 유령집회 신고를 낸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도 서울중앙지법에 ‘집회금지통보처분 취소소송’과 ‘집회금지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사건을 대리하는 신인수 변호사는 “경찰이 회사측의 유령집회 신고는 특별한 조건 없이 허가해 주고, 동일한 장소에 대한 노동자의 집회신고에는 주요 도로라서 안 된다고 불허했다”며 “경찰의 집회금지통보처분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낸스빌딩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경찰이 집회 개최 여부를 직접 확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집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라며 “집회의 내용과 형식은 그때그때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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