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1.25 수 07:30
상단여백
HOME 정치ㆍ경제 노동시장
"적정 노동시간 산정, 노사가 함께 해야"금속노조 '맨아워 산정 표준 매뉴얼' 발간
‘시간’은 노사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사용자에게 시간은 생산비용과 성과·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반면에 노동자에게 시간은 임금과 노동조건·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시간을 둘러싼 노사의 대립은 ‘시간의 길이’(외연적 크기)와 ‘시간의 효율성’(내포적 크기)을 둘러싼 싸움으로 나뉜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 노사의 갈등을 계기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시간의 길이와 연관된 문제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량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논의의 쟁점이다.

이에 반해 단위 시간당 작업분량을 따지는 ‘맨아워(Man Hour)’는 시간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다. 맨아워란 노동자가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작업분량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맨아워 산정은 전적으로 회사측의 몫이었다. 노사가 합의한 공동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마련한 맨아워 기준을 놓고 회사측과 노조 대의원들이 협의를 벌여 최종 확정한다. 노조 대의원의 협상력에 따라 작업장 노동강도가 결정되는 셈이다. 단일 기업의 생산공장이라도, 대의원의 교섭력이 센 사업부는 노동강도가 낮아지고, 대의원의 교섭력이 약한 사업부는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노동강도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는 노동자 간 연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경영위기가 닥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시장 상황이 나빠져 물량이 줄면 노조 대의원은 양보교섭을 해야 할 상황에 부딪힌다. 이때 노사가 합의한 맨아워 산정기준이 없으면, 회사가 힘의 우위를 이용해 과도한 인원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노조가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맨아워 협상이 인원협상에 치중되면서 노동조건의 개선이 더디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에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맨아워 산정 표준 매뉴얼’과 ‘맨아워 산정 가이드라인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속노조는 이를 통해 "맨아워 산정에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아워 산정에 노동자 목소리 반영"

25일 금속노조의 맨아워 산정 가이드라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는 맨아워 설계의 기준이나 절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의 단체협약에 노조 참여가 보장돼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회사가 마련한 기준을 현장에 직접 적용하기에 앞서 소폭 조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맨아워 산정에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나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외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독일의 경우 노사공동으로 참여하는 작업시간연구 전국측정위원회(REFA)를 통해 노사가 합의한 맨아워 기준이 업계에 제공된다. 특히 노조는 단협과 종업원평의회 공동결정을 통해 맨아워 조정 과정에서 높은 규제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회사측이 맨아워를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회사가 맺은 단협에 개별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시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의가 기각될 경우 현장 작업단위에서 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이 역시 기각되면 노조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금속노조도 맨아워 산정에 있어 노조의 개입 확대 방안을 모색해 왔다. 맨아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맨아워 관련교섭의 체계를 개선해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고 적정 노동강도를 위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노조 내 '맨아워 전문가' 육성 시급

노조는 이번에 펴낸 맨아워 표준 매뉴얼을 통해 '노조-지부·지회-사업부-맨아워위원'의 역할을 나눠 제시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맨아워를 결정할 때 준수돼야 할 기본적 원칙과 기준을 협상하고, 지부·지회는 시간 측정에 대한 세부 절차와 방법 등을 단협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또 지부·지회 산하에 상시조직인 ‘맨아워위원’을 육성해 맨아워 산정의 기술적 내용을 검증하고 맨아워 관련협상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노사 동수로 ‘맨아워 조정위원회’(가칭)를 두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맨아워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점점 가열되는 세계화라는 경쟁체제 속에서 최소한의 노동조건의 안정선을 확보한다는 의미”라며 “노조의 빠른 개입과 참여,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맨아워 협상을 위해 노조가 전문성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은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