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된 유성기업 노사의 갈등으로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회사측 명의로 작성된 파업대응 시나리오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측은 노사합의가 지연될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주요 거래업체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예상하고도, 노조를 상대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어 용역경비 투입 등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직장폐쇄 단행 △사설경비용역 투입 △관리직 대체근무 준비 △파업 조합원 채증인력 편성 △영동·아산공장과 회장·사장 자택 주변에 집회신고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회사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지난 18일보다 일주일 앞선 11일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건에는 이번 노사갈등을 촉발한 핵심 쟁점인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대한 회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회사는 현대·기아차가 임금·단체협상과 연동해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성기업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합의할 경우 현대차·기아차 본교섭에 일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회사는 또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교섭전략을 세우고 해당 문건에 “현대·기아차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前 ‘先 시행’ 노사합의 방지”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유성기업의 교대제 개편논의에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생산과 물류체계 변화를 동반하는 협력업체의 교대제 개편에 원청업체가 민간하게 반응한 결과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원청업체가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모자라 협력업체 노사관계까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부당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성기업 노사는 이날 오후 3시 아상공장에서 교섭을 재개했다. 교섭이 결렬돼 경찰력이 투입되는 등 막판 대치로 치달을 경우 대형참사도 우려된다.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아산공장에는 피스톤링 등 부품의 도금에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이 다량 비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파업 논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충남 아산경찰서는 공장을 불법점거하고 관리직 사원의 출입을 저지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지회 조합원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들은 일제히 경찰력 투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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