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파견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노동관계법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차별에 불과하고, 이러한 규제법안은 결국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동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오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지속성장과 노동유연성’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떼쓰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미나는 사실상 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입장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최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제조업종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 나온 경영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가이드라인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자들은 “기업들은 자동차산업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전지구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노동조합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노조의 떼쓰기는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을 촉진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유지수 국민대 교수(기업경영학부)와 이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주제 발표와 양성필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과장·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 본부장·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 팀장·윤기설 한국경제신문 기자·조영길 변호사(I&S법률사무소)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의 사회는 노사정위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가 맡았다.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 본부장은 “노동계가 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한 노동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제를 선점한 상태인데, 이러한 주장이 반드시 노동계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그 누구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임금을 정규직만큼 주고도 자동차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는 모두 다같이 망하자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기설 한국경제 기자는 노조의 반발 때문에 정부 정책이 뒷걸음질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기자는 “과거 정부가 파견법 내 파견 허용업종을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에서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변경하고자 했지만, 노동계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며 “이명박 정부 역시 우파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노동계를 의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법의 규제조항을 과감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길 변호사는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은데 우리나라 사용자들만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노동관련법의 규제조항들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변호사는 특히 노동계가 해외사례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소개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노동부의 외국의 사내하도급 실태보고서를 통해 미국·영국·프랑스·일본·독일 등 주요 국가들도 제조업에 파견이나 도급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노동계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해 여론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을 내놓았지만, 사법부도 공부를 좀 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특정 재판부가 아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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