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초국적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들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미국노총(AFL-CIO)은 16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미 FTA는 실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모델에 기반을 둔 자유무역협정으로 소수 초국적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라며 “양국의 노동자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재의 FTA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반대활동을 위해 방한한 제프 보그트 미국노총 국제국장도 한미 FTA가 양국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데 동의를 표했다. 보그트 국장은 “노동자·소비자·환경의 희생을 전제로 한 현재의 FTA를 비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우선적으로 비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미국과 한국·콜롬비아·파나마 사이의 3가지 FTA가 계류돼 비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중으로 FTA 이행법안이 제출돼 8월 의회 휴회기 이전에 비준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국회의 비준 절차도 미국 의회의 일정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그트 국장은 “미국노총은 한국사회와 국회에 미국 노동계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양국 노동계의 지속적인 연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도 “밖으로는 미국노총 등 미국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 안으로는 민중조직 등과 연대해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그트 국장은 미국노총 산하 조직인 전미자동차노조가 FTA 찬성의견을 밝힌 데 대해 “미국 노동자 다수가 FTA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미 FTA 재협상이 타결된 뒤 밥 킹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일부 협상이 유리하게 됐고,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의견을 밝혔다. 이는 미국노총 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보그트 국장은 “미국노총에는 52개 산별노조가 가입해 있고 전미자동차노조는 그중 하나”라며 “미국노총은 전체 조합원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적으로 FTA 반대입장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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