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3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끝났다. 언론의 대체적 평가는 이번 대화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 결과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금융기관의 중국 내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무역투자 시스템,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완화했고, 특히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번 대화는 무역균형 문제,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 1·2차 대화와 달리 국제적 거버넌스 구축에 두 나라가 보다 안정적 협조 체계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국제 체제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국제적 착취체제 이상의 의미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협조하는 세계적 질서는 평등과 자유, 노동과 평화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오직 자본의 이해에만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번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중국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했다. 첫 번째로 중국시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초국적 제조기업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했다.

2009년 파산한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GM의 예를 보자. GM은 2006년부터 적자행진을 계속하다 2008~2009년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결국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는데, 2010년 지난 4년간의 적자 행진을 멈추고 65억달러 순익을 기록했다. 정부가 GM의 망한 투기적 할부금융회사 GMAC을 인수해 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GM이 2010년 중국에서 두 배 넘는 자동차를 판매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2008년부터 크게 성장해 지난해에는 1천800만대 규모로 미국보다도 40% 이상 커졌다. GM은 이 중국 시장에서 중국의 합작회사들과 함께 지난해에 235만대를 판매해 2008년보다 두 배 넘는 차를 팔았다. 단순히 차만 많이 판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의 판매는 수익률도 매우 좋은데, 저임금 노동자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GM의 북미지역의 수익률이 7% 수준인데 반해 중국 생산·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태지역의 수익률은 10%를 넘어선다. GM은 중국에서 배당으로만 13억달러를 본국으로 가져갔다.

물론 중국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혼다 부품사 파업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초저임금, 초장시간 노동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형편이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GM과 비슷했다. 중국은 경제위기 과정에서 이윤에 목마른 초국적 기업들에게 거대한 ‘착취’의 오아시스를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로 중국은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 금융자본에게도 단비를 내려줬다. 두 가지 점에서 이 역할을 했는데 하나는 중국 내 자산시장 거품으로 금융자본들이 새로운 투기처를 찾는데 역할을 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해주며 미국이 마음껏 통화 확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이 1·2차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2조3천억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로 미국 은행들의 부실 자산을 매입해 은행들이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숨통을 터줬다. 쉽게 이야기하면 미국 중앙은행은 달러를 닥치는 대로 찍어서(이런 걸 경제 용어로 양적완화하고 한다) 은행에 빈 깡통 채권을 담보로 주었다는 것이다.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은 이 과정에서 미국 채권을 그대로 보유 혹은 오히려 늘려나가며 달러 가치 폭락을 막아주었다. 그런데 미국이 찍어낸 돈 중 상당수는 미국 내 투자되지 않고 초국적 은행들의 상하이, 홍콩지점들을 통해 중국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한 연구소는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2차 양적 완화 6천억달러 대부분이 국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은행들은 중국자산시장에서 막대한 수익률을 올리고, 그리고 이 시장에 동참할 수 있는 중국내 자산가들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중국의 자산 소유자들은 미국 금융자본 부럽지 않은 거대한 부를 축적해 나갔고, 중국은 1%의 부자가 전체 부의 40%를 넘게 소유, 미국보다도 오히려 빈부격차가 더 큰 나라가 됐다. 한편 이렇게 중국 내로 돈이 몰려들다 보니 중국 내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고, 생산성 증가 속도는커녕 인플레이션 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로 인해 중국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더욱 하락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전략’은 사실상 중국노동자들을 어떻게 중국과 미국의 자본가들이 더 가혹하게 착취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에는 한국 자본들 역시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자본들 역시 중국노동자들에 대한 막대한 착취를 통해 거대한 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2009년 부도 위기까지 나돌았던 두산인프라코어와 워크아웃에 내몰린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저임금 생산과 판매를 통해 올해 회생했다. 물론 이렇게 회생한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사업부분 분리매각으로 한국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고, 금호타이어는 노조 파괴 공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노동자들의 저임금이 만들어 낸 이윤은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비용으로 사용된다.

한국노동운동은 이제 중국 노동 문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만들려는 새로운 국제적 착취 체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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