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위원회는 처음에는 노동쟁의 조정업무를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해고에 대한 심판,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 등으로 업무를 확대했다. 오는 7월부터는 복수노조 중에서 교섭대표노조를 골라내거나 만드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일까지 하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역사는 꽤 길다. 53년 3월8일 공포된 노동위원회법에 규정된 노동위원회의 설립목적은 '노동행정의 민주화를 위해 행정관청의 독단을 방지하고 노자(노동자와 자본가)의 공평을 기함'이었다. 당시 노동행정을 담당했던 사회부가 관권으로, 또는 독단으로 조정이나 지도를 할 경우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자본, 말하자면 사용자의 편을 들어 사용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부로서는 노동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그 결의에 결정된 바에 의해서 명령 또는 감행할 수 있는 그런 구상에 따라 순전히 노동자를 위해서, 즉 우리나라 대부분의 근로자의 복리를 위해서 노동위원회가 만들어졌다"(이흥재, 노동법의 제정과 전진한의 역할,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133쪽).

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 자격으로 심판회의 등에 갈 때 노동위원회가 ‘순전히 노동자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목적은커녕 정부(행정관청)의 독단을 방지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지난해 노동위원회는 타임오프 도입과 관련해 단체협약 시정 의결을 많이 했었는데 그와 관련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춰 보면 더욱 그렇다.

타임오프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를 찾은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내놓은 주장은 한결같았다. 그리고 노동위원회의 결론도 노동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노동위원회는 타임오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경비원조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경비원조를 금지하는 이유는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 받는 경우 노조라고 할 수 없는데(노조법 제2조제4호 나목) 그럴 경우 자주성(같은 조 제4호)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잃게 하려는 사용자의 의도적인 경비원조(‘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있는 운영비 원조’ 대전지법 2010. 11. 5 2010카합971)는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이를 금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주성을 잃을 정도인지를 판단해야만 하는데도 오로지 노조 통장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금지해야 할 경비원조라는 판정을 계속 내놓았다.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어야만 한다는 판정을 수없이 내놓던 노동위원회였다. 법률 규정도 이전과 다를 것이 없어 판단기준이 달라질 이유도 없다. 다만 노동부가 타임오프 매뉴얼로 노골적으로 드러낸 엄격한 태도를 반영하면서 그런 예시가 늘어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노동위원회가 그런 태도와 예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의 주장이 우연하게 일치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그동안 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이력(그들 모두는 공익위원이다), 이후 그들의 진로 등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논란은 무시해도 될까. 노조(특히 민주노총) 추천 공익위원은 거의 모두가 사용자단체(경총)에 의해 배제돼 위촉되지 않고 노동위원회가 추천한 공익위원이 주로 위촉되는 현실이다. 이러니 노동위원회의 독립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7월부터는 복수노조와 관련한 많은 논란을 노동위원회가 조정하게 된다. 타임오프를 도입할 때처럼 복수노조에 대한 노동부 매뉴얼은 벌써 나와 있다. 소수노조의 교섭권 침해에는 침묵하고 창구단일화 규정을 강행규정이라며 밀어붙이려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노동위원회가 그대로 따를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타임오프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쉬이 떨쳐 버릴 수 없음은 왜일까. 노동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목적에 충실한 노동위원회다운 노동위원회를 우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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