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삼성·현대자동차 등 재벌 대기업만이 아니라 한국에 진출해 있는 초국적기업들 역시 그러했다.

한국에 진출한 가장 큰 외국인투자 제조업 기업인 한국지엠은 지난해 12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국 진출 이후 가장 큰 매출을 기록했다. 르노삼성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007년 2조8천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5조2천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뒷면에서는 수상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한국지엠은 창사 이래 가장 높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57억원으로 2007년 4천723억원의 17% 수준으로 급락했다. 르노삼성 역시 영업이익 33억원으로 2007년 2천167억원의 1.5% 수준으로 폭락했다. 현대차가 2010년 37조원 매출에 3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해 보면 이들 기업들의 영업이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례없이 높은 매출에 유례없이 낮은 영업이익, 이것이 한국에 진출한 초국적기업들의 2010년 성적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제조업 기업이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임금이 크게 오르는 경우다. 하지만 위 두 기업 모두 임금총액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매출원가 대비 생산 관련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은 6.9%에서 7.1%로 0.2%포인트 상승했을 뿐이다. 임금총액으로 보면 2007년 7천500억원에서 2010년 8천100억원으로 7.7% 올랐는데, 같은 기간 물가가 13% 가까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다. 르노삼성 역시 비슷하다. 매출원가 대비 생산 관련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은 2007년 6.3%에서 2010년 4.1%로 크게 하락했다. 임금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료비가 크게 오르는 경우다. 2007년에 비해 2010년 환율이 올랐으니 국외 부품 의존도가 높은 두 기업의 재료비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지엠은 국외부품 의존도가 80% 선이고, 르노삼성도 엔진 등 핵심부품 대부분을 수입한다. 제조원가 명세서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으나 노동자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매출원가 상승의 대부분은 재료비 탓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재료비 상승에 비해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경쟁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초국적기업의 계열사들은 다른 한 가지 이유도 존재하는데 본사나 타국 계열사에 이윤을 남기고자 할 때 수출 공급가를 조절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지엠은 생산의 90% 가까이를 지엠을 통해 국외로 수출하고 르노삼성은 40% 내외를 르노닛산그룹을 통해 수출한다. 한국지엠의 수출을 보면 대당 평균 판매가가 2007년에 비해 2010년 2% 가까이 줄어들었는데, 중대형차 수출이 약간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매우 큰 수출단가 인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르노삼성은 2007년 대비 2010년 생산대수는 60% 증가했으나 르노와 닛산으로부터 부품을 매입한 액수는 2007년 대비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르노닛산은 지난해 르노삼성으로부터 2007년의 두 배가 넘는 1천142억원을 기술사용료로 징수해 갔다.

초국적기업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많은 부가가치를 여러 방식으로 본사로 수탈해 갔다. 2008~2009년 한국지엠(당시 지엠대우)이 지엠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파생상품 관련 거래로 2조원 가까운 돈을 유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초국적기업들은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안 좋아지는 대로, 여러 금융 기법을 동원해 부를 빼 가고, 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2010년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대로 부당거래를 통해 부를 빼내 간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 계속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수탈은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위기 시기보다도 ‘위기 비용’을 만회하려는 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더욱 크게 발생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한국지엠의 노동자들은 임금 1원당 1.39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이는 현대자동차 노동자(1.24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노동자들이 더 많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더 국내에서 소비돼야 할 부가가치가 국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은 올해 초국적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부터 국민경제 수준의 국부유출 문제에 이르기까지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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