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금속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금속노조 소속 사용자에게 발송했다. 올해 임단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올해 임단투는 두 해 연속 하락한 실질임금의 회복,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교섭권 확보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공장의 임금교섭은 기업의 지불능력 차원에서만 보면 지난해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한국 재벌 대기업들이 사상 유례없는 순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36조원 매출에 5조원 순이익을, 기아차는 23조원 매출에 2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들 대공장에 납품을 하는 중대 규모의 1차 부품사들도 최고의 해를 보냈다. 만도는 2조 매출에 2천억원의 순익, 인지컨트롤스는 3천억원 매출에 154억원의 순익, 세종공업은 4천300억원 매출에 470억원의 순익, 에코플라스틱은 4천500억원 매출에 5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과실이 중소 부품사 혹은 하청업체까지 분배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이들 기업들의 순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경제위기 기간에 벌어진 하청업체에 대한 비용전가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원청에 교섭력을 갖추고 있는 중대 규모의 1차 부품사는 그럭저럭 자기 몫을 챙기지만 2차 이하 부품사들은 원청에서 내려오는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속수무책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용전가의 마지막은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경제에서 대공장과 중소사업장의 임금격차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크게 확대돼 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고용규모를 중심으로 보면 93년 대부분이 2~3차 부품사인 1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의 임금은 완성차업체와 대형 부품사인 500인 이상 사업장의 64% 수준이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임금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해 중소사업장의 임금수준은 99년 53%,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44%까지 하락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대공장의 임금상승이 정체된 2008~2009년에는 중소사업장의 임금수준이 대공장에 비해 49%까지 다시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은 98년에도 그랬다.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공장의 철저한 비용전가가 이뤄지면서 임금격차는 급속도로 확대됐다. 99~2000년 상황과 비슷한 올해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한편 완성차업체와의 관계에서만 아니라 부품사 내부에서도 중대 규모의 1차 부품사와 중소 규모의 2차 이하 부품사 간의 격차가 급격하게 확대돼 왔다. 노동부 자료에서 300~500인 규모에 주로 위치해 있는 중대부품사와 100인 미만 중소부품사의 임금격차를 살펴보면, 93년 중대 규모 대비 90%에 달했던 중소부품사 노동자들의 임금은 IMF 경제위기 극복 과정 이후인 2000년에 64%로 추락했다. 그리고 양자 간의 임금격차는 계속 확대돼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52% 수준에 이르렀다. 2008~2009년 경제위기 과정에서 임금인상이 정체되며 이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예전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 격차가 다시 크게 벌어질 것이다.

요컨데 한국 산업구조에서 위기 시기마다 벌어지는 '경제위기→일시적인 임금격차 축소→구조조정과 하청 수탈 강화→경제 회복에 따른 대공장 임금 상승→중소사업장 임금 정체→임금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과정이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금속노조를 비롯한 한국의 산별노조 임단투는 단순한 실질임금 회복 이상이 필요하다. 예전과 같이 형식적인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으로 산별교섭을 끝내고 결국 기업 수준에서 임금수준을 결정하게 될 경우 금속노조 내부의 임금격차, 제조업 내부의 임금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을 넘어선 노동자 단결을 추구하는 산별노조의 전망은 더 멀어질 것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기본급 및 최저임금 15만원 정액 인상을 산별교섭안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 시기 금속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안의 달성률을 보면 대부분 50% 내외였고, 결과적으로 기본급은 지금까지 5만원 내외에서 인상됐다. 이마저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기업별 교섭에서 대부분 결정됐다. 그리고 나머지 임금인상 부분은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각종 특별급여 형태로 보충됐고, 결국 산업구조 내의 원·하청 비용 전가 메커니즘에 의해 임금격차는 더욱 커져 갔다.

막 오른 올해 임단투에서 경제위기 극복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산업 내 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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