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근골격계 투쟁을 처음 시작할 때 조합원들의 그 뜨거웠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네요.”

최근 ‘교대제와 수면장애 설명회’에 참석한 분의 얘기였다. 많은 산재사건을 접하고 판결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덧 모든 산재사건의 판단기준은 기존의 판례와 근로복지공단의 실무인정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해 줬지만 지금은 대법원에서 부정하고 있는 ‘추간판팽윤’, 과거에는 공단이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이 인정해 주다가 지금은 부정하고 있는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간암’ 등이 있다. 당해 상병에 대해 산재로 새롭게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수면장애 상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판결(서울행정법원 2010. 12. 22 선고 2010구단4400 판결)은 최초 사례라는 의의를 떠나 재해노동자가 당해 상병을 ‘교대제로 인한 업무상질병’으로 인식하고 또 고군분투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다. 주변 모두가 ‘그게 무슨 문제냐. 너만 잠을 못자는 것이 아니다, 그게 왜 산재냐, 과연 인정해 주겠냐’라는 선입견에 휩싸여 있을 때 노동자가 업무 중 발생한 것은 산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서 결국 획기적인 사안을 만든 것이다.

이미 산업의학 등 학계에서는 교대제가 노동자의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체리듬을 혼란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긴장 야기·행복감 감소 생리적 기능 이상·피로감 증가·불면증·과다수면·소화기 장애·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건강이상에 대한 영향이 연구된 바 있다. 또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돼 유방암·대장암 등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대표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대제가 수면장애·스트레스 호소율·삶의 질·정신건강 척도에서의 불안호소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교대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대한산업의학회지 제14권 제3호). 수면장애 중 일주기리듬 수면장애에 대해서는 ‘야간근무자와 교대 근무자들은 약 25%가 일주기리듬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경정신의학에서도 교대근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신경정신의학제2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속노조는 ‘야간노동과 수면장애조사사업’을 주요 과제로 설정해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당해 수면장애 사건은 단일 ‘산별노조’ 단위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금속노조라는 산별노조뿐 아니라 교대제 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건 및 의료·화섬· 운수 등 각 산별단위에서 공동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돼 노동자의 심각한 건강상태를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재 ‘30%의 정량적 근무시간 여부로 뇌·심혈관계 질환의 업무상질병을 판단하는 공단의 기준’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교대제가 뇌·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각적으로 분석·연구돼야 한다. 그리고 수면장애 상병이 진단되더라도 현행 산재법령에 있어 판단기준이 없는 점, 이에 대해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중 제282조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만이 형식적으로 규정된 점 등 입법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사업장 단위에서는 교대제 수면장애 관련 교육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의 검진항목 추가, 교대제 노동자 보건지침 설정, 수면장애 노동자의 전환배치 등이 필요하다. 수면장애가 실태조사를 통해 진단이 될 때 집단적 산재신청 및 소송을 통해 공단의 불합리한 산재인정 기준을 폭로하고 투쟁해야 할 과제도 있다. 또 ‘45세 이상의 노동자는 주간근무만 시행’(공공노조 경북대병원분회), ‘주간연속 2교제의 실시’(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 등 현장의 모범적인 사례를 참조해 익숙한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 언젠가 한 노동안전 활동가 한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노동자의 질병은 산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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