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직장폐쇄가 일주일째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가 지난 25일 임금협약에 대한 재교섭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파업불참 확약서를 쓴 사람만 공장 안으로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경주 발레오, 대구 상신브레이크 등 지난해 노조 파괴방법으로 유명했던 '기획 직장폐쇄'가 광주 금호타이어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사측의 노골적 노조 와해 공작은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의 거래가 그 배경에 있다. 박삼구 회장은 하루빨리 자신의 금호타이어 소유권을 되찾고 싶어 하고, 채권단은 하루빨리 채권을 회수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으로부터 금호타이어 경영권에 대한 확답을 얻어 낸 박삼구 회장이 가장 빠르게 이익을 만드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노동자의 임금삭감이다. 채권단은 이에 저항하는 노조에 대해 파업시 추가 지원 철회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흑자로 돌아서며 재무위기에서 숨통을 틔운 금호타이어의 사측과 채권단은 향후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복귀와 채권단의 채권 조기상환을 위해 이제 노조를 정조준한 것이다.

지난해 초 제2의 대우사태로까지 이야기됐던 금호그룹 워크아웃 사태는 박씨 일가의 무리한 인수합병과 이에 투기자금을 대준 재무적 투자자들이 원인이었지만 그 모든 피해는 오직 노동자들만의 몫이었다.

워크아웃이 1년3개월째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관계자들의 손익을 잠시 살펴보자. 먼저 박씨 일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박씨 일가는 워크아웃을 거치며 대우건설·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계열사를 잃었지만 사실 이는 그들의 손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그룹 지배전략은 이른바 순환출자 방식으로 제 돈을 들이지 않고 법인 간 주식 소유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워크아웃 기간에 박씨 일가가 잃은 것은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금호산업 주식 일부가 전부다. 금액으로 따져도 몇백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들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호그룹의 핵심 기업인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의 향후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다음으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가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들. 미래에셋맵스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워크아웃 기간에 대부분의 원금을 돌려받았다. 금호타이어는 산업은행·우리은행이 지원한 자금을 이들 재무적 투자자들의 원금 상환에 사용했고, 모자란 금액은 금호산업 지분으로 줬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결국 손해 본 것은 원래 예상했던 차익 일부에 불과했다.

세 번째로 산업은행·우리은행 등의 워크아웃 채권단. 사실상 국책은행인 이들 은행들이 워크아웃 기간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분명한 담보가 있는 대출이기 때문에 손해는 없다. 이들은 박씨 일가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담보로 금호그룹을 지원했다. 더군다나 금호석유화학이나 금호타이어는 인수합병으로 인한 재무적 위기가 문제였지 기업 자체의 수익성이 문제였던 적은 없었던 건실한 기업들이다.

마지막으로 금호타이어의 노동자들.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조 지도부는 사측의 협박에 굴복해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퇴직인원분 도급화, 워크아웃 기간 평화유지 등 백기투항에 가까운 협약을 맺었다. 그 결과 지난해 임금총액은 2009년에 비해 35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복리후생비 역시 160억원 감소했다. 게다가 퇴직인원에 대해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조합원들의 고용불안도 더욱 커졌다. 올해 신규 입사자들이 지난해 합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할 경우 최저임금 미달 사태가 발생할 정도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조7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창립 이래 최고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2천450억원을 기록해 2006~2008년 3년간 영업이익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한 해 만에 기록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통해 만들어 낸 이 이익은 박삼구 회장의 복귀자금과 채권단의 이자로만 쓰였을 뿐 노동자들에게는 단 한 푼도 쓰이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호타이어지회의 파업 투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광주 지역사회는 광주기업 운운하며 노동 수탈, 지역사회 수탈에만 혈안이 된 박삼구 회장과 현 경영진들에 대해 제제를 가해야 한다. 노조의 파업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금호타이어 사측의 직장폐쇄는 탐욕에 눈먼 재벌기업과 채권단의 노조 파괴 공작일 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