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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산업단지) 노조가 필요하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노동운동에서 공단(산업단지) 조직화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공단의 노조 조직화 운동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조직화 전략은 몇 가지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공단 전체를 지역적 차원에서 조직화할 수 있는 전략이 적극적으로 고민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담·노조 초동주체 형성·기업 내 노조 조직·임단투로 이어지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에 기초한 전략이다. 기업별 노조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조직화 방식은 사업장의 잦은 폐업과 이동,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노조 설립 이후에도 노조 유지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공단의 실태를 보면 이러한 한계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구로·반월·시화 등 대부분의 대규모 공단은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중소·영세 사업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반월·시화공단의 경우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중소·영세기업이 공단 내 제조업 기업 중 78%를 차지하고 있다. 구로공단(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중소·영세 제조업기업의 비중은 86%다. 이들 대부분은 삼성·LG·현대 등의 2~5차 하청 기업들로, 규모뿐만 아니라 원청에 대한 교섭력도 매우 낮은 기업들이다.

이들 중소·영세 기업들은 지불능력도 매우 열악하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매출액 영업 이익률은 2~3%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경제여건이 나빠질 경우 급속하게 하락한다.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의 경우 두 공단의 중소·영세 기업들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봤다. 매출 감소보다는 원청의 단가인하 때문이었다. LG전자의 경우 2009년에 단가인하로만 4천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뤘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 공단의 중소·영세 기업들이 짊어진다. 물론 이 수탈의 최종 단계에는 이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반월·시화와 구로의 노동자들 중 절반 이상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영세 사업장의 상용종사자 비중은 반월·시화가 46%, 구로가 60%에 이른다. 물론 이는 10인 이상 종사하는 사업장에서 상용노동자만 조사한 숫자다. 이들 사업장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불법 파견노동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이들 기업들의 외주가공비를 가지고 불법파견 노동자 규모를 추산해 봤다.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외주가공비는 하청업자에게 재료를 공급해 가공을 의뢰한 경우 발생하는 임가공비용이다. 중소·영세 사업장들의 경우 사실상 위장하도급 비용, 즉 불법파견 사용에 따른 임금과 수수료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추정해 볼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파견 노동자수는 반월·시화 최대 16만명, 구로 최대 7만명이다. 산업단지공단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각 공단의 제조업 종사자 수가 각각 14만명, 4만명이니 사실 이 두 공단에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제조업 노동자가 더 많은 셈이다.

이들 기업의 월평균 급여는 반월·시화가 204만원, 구로가 201만원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관리사무직과 심지어 임원의 급여까지 포괄해 조사하니 실제 생산직 노동자들의 급여는 이보다 한참 적다. 구로 ‘노동자의 미래’가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통 구로 생산직 노동자의 월임금은 평균 110만원 선이다. 최저임금에 초과근로수당 20만~30만원이 더해지는 것이다. 반월·시화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안산지역 노동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생산직의 임금은 100만~160만원이다. 두 공단 모두 주간 노동시간이 50시간은 기본이고 60시간에 이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업의 낮은 지불능력과 잦은 폐업과 이동,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불법파견 노동자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공단지역에서 노동자 조직화는 기업보다는 지역 조직화를 통해 노동시장 자체의 룰을 바꾸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비용전가 시스템이 날로 강화되는 한국 산업구조에서 하청의 맨 밑바닥에 존재하는 공단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화는 노동시장 자체를 장악해 불공정거래 시스템 자체에 압력을 가하는 운동이 필수불가결하다.
최근 주요 공단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노조 조직화 운동에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정당·지역사회단체 모두가 공단지역 조직화 운동에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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