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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이 운영하는 도쿄전력의 참담한 결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일본 시민들이 쓰나미에 이은 핵발전소 붕괴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국제원자력현상평가척도 7단계 중 6단계에 이르러 인류 역사상 체르노빌 사태 이후 가장 위험한 상태에 도달했다. 부디 더 이상의 참화가 없기를 기원한다.

일본 핵발전소 사태는 상상을 초월한 지진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1차적 원인이지만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의 관리·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도쿄전력의 위기관리 실패이기도 하다. 도쿄전력은 TV에 원전 폭발이 방영되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정부에 사태를 알린 것은 물론 끊임없이 다른 원자로에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로 사태를 축소하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의 보고에 의존해 발표된 정부의 언론 브리핑 이후에는 여지없이 추가 사태가 계속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도쿄전력의 이러한 행동은 무엇보다 민간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것도 특히 주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인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사태를 덮고 조용히 처리해 기업 주가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실재 핵발전소 사태가 계속 확산되며 도쿄전력 주가가 단 이틀 만에 반토막이 났고, 도쿄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던 금융 기관들은 큰 손해를 봤다.

도쿄전력의 지배구조를 보면 일본 금융기관의 주식보유 비중이 40%에 달한다. 외국인들의 지분도 10%에 달한다. 반면 정부 지분은 3%에 불과하다. 일본 시민 전체에 가공할 위험을 안겨 줄 수 있는 원전관리업체의 운영이 단기적 주주 이익을 최대로 하는 금융자본과 외국인자본에 의해 맡겨져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금융기관 중에서도 대주주는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신탁은행들이다.

도쿄전력은 주주들의 이해에 맞게 지난 32년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도쿄·가나가와 등 10여개 지역에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높은 전기요금, 낮은 운영비용으로 최대한 이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단 한 번의 적자는 2008년이었는데 니가타 지진사태로 가시와자키 핵발전소를 폐쇄한 것이 원인이었다. 올해 3월 지진사태 이후 금융자본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아마도 원전의 안전보다도 2008년의 적자사태였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도쿄전력과 같은 위험천만한 원전 운영자들이 최근 세계적 녹색에너지 사업 흐름을 타고 각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지난해 말 도시바는 미국 내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일본 정부의 40억달러 지원을 바탕으로 2012년 이전에 미국에서 핵발전소 건설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었고, 도쿄전력이 이 발전소의 운영을 책임질 예정이었다. 79년 이후 원전 건설을 더 이상 하지 않은 미국 정부 역시 최근 핵발전소 건설에 관심을 가지며 텍사스 핵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일본과 미국 정부의 보증은 결국 금융기관들이 원전에 투자했을 때 리스크 비용까지를 감안해 이윤을 보장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도 비슷한 예다.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100억달러 가까운 금융 조달을 책임지기로 했는데, 결국 이 자금은 정부가 담보를 제공해 주고 민간 금융기관들이 돈을 대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수년간 자금이 묶이게 되는 원전 건설에서 민간 금융자본들은 특별한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원전을 운영할 한국의 전력기업은 이들의 이윤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리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발전소는 새로운 에너지가 아니라 녹색 에너지라는 타이틀을 내건 금융 자본의 새로운 수익원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체르노빌 사고 수습에 참여했던 러시아 원자력 전문가는 각국 정부가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원전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감시해야 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실상 기업들과 유착돼 이들의 로비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생산 중 핵발전의 비중을 현재 35%에서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건설·준비 중인 7기 외에도 10기 정도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연히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기관들을 참여시킬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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