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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다시 본 경제위기 시대의 은행부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인수합병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이 밝힌 위험한 자금 조달방법에서부터 외환은행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노조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논란은 무리한 외부자금 조달로 인한 동반부실 우려, ‘먹튀’ 론스타의 거액 차익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하나금융 자체가 거대한 투기은행으로 변모할 가능성인 것 같다.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을 갚기 위해서는 수익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모험적인 투기를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모험적 투자(다시 말하면 투기!)는 정치적으로도 보장될 가능성이 크다.

잠시 2008~2009년 미국에서 벌어진 은행 파산의 경험을 반추하며 투기적으로 변한 은행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되돌아보자.
은행의 기본 업무는 예금자에게 돈을 빌려 대출해 주는 것이다.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부채 항목에는 예금이, 자산 항목에는 대출이 자리 잡는다. 신자유주의 이전 대부분의 은행들은 자산 항목의 대부분을 대출, 부채 항목의 대부분을 예금으로 채웠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며 은행의 대차대조표 구성이 바뀌기 시작했다. 은행 신용이 크게 확장되며 자산에는 금융상품들이, 부채 항목에는 각종 유동화 증권들이 자리 잡았다.

2009년 파산 직전의 세계 제1의 초국적 은행이었던 씨티은행의 예를 보자. 씨티은행은 2조달러의 자산 중 대출은 30%에 불과했다. 나머지 70%는 투자증권과 유가증권, 다시 말하면 씨티은행이 구매한 각종 금융 투기상품들이었다. 부채 항목 역시 가관이었는데, 2조원가량의 부채 중 예금은 35%가 되지 않았고, 나머지 65%는 씨티은행이 구매한 각종 금융상품들을 다시 증권화해 판매한 투기상품들이었다. 씨티은행은 90년대 후반부터 파산 직전까지 투기상품을 구매해 다시 투기상품을 만들어 파는 마법 같은 일들을 해 왔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대 투기은행들의 경우 금융시장이 혼란한 상황이 되면 그 피해가 경제 전체에 막대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뿌려 놓은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고, 은행들이 대출을 거둬들이며 기업들이 도산한다. 은행을 믿지 못하는 예금자들이 일제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고, 경제 전체가 추락한다.
1930년대 대공황이 가장 극단적 사례였다. 이번 금융위기도 대공황과 비슷한 경로로 나아갔으나 예전보다 발달한 정책능력과 중국의 성장으로 가까스로 대공황 사태는 막았다.

하지만 사실 은행들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고 있는 것일 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 정부의 계속되는 재정적자는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입한 결과다. 위기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위치만 옮겨 다니는 것이다.

다시 2008년 씨티은행으로 되돌아가 보자. 씨티은행은 금융위기로 인한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크게 발생해 2008년 321억달러(약 38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산규모가 2조달러에 육박하는 은행이 무너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씨티은행은 2008년 10월 정부로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을 받고, 3천억달러 규모의 자산 보증을 받았다.

씨티은행이 자산규모의 1.6%에 불과한 손실에 무너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씨티은행의 자산이 부실자산, 즉 사실은 대규모 자산 상각이 필요한 거품이었다는 반증이다. 부동산시장 추락이 가속도를 내던 2008년 하반기, 다량의 부채담보부증권 등을 소유하고 있던 씨티은행은 장부상의 자산과 상관없이 폭탄을 짊어진 은행이 됐다. 즉 자산 매각을 통해 손실을 보충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는 하나금융이 2008년의 씨티은행을 향해 출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하나금융이 조달하는 자금 중 13%가 단기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돈이다. 이들이 하나금융에 요구할 일들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나금융의 경영진은 주주들의 배당요구를 만족시키고 이자를 갚기 위해 위험한 투기도 자행해야만 한다. 정부가 현재의 인수합병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하나금융이 2008년 미국의 씨티은행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지원  jw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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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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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초이 2011-03-08

    대한민국의 금융정책 방향이 헷지펀드, 사모펀드도 괜찮다고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는 G20개최를 최대의 성과로 지금 세대를 G20세대로 부르면서 국제투기자본 폐해가 논의 주제였고, 규제방안을 마련중이라는데.. 거꾸러 가는 금융정책   삭제

    • hjs0726 2011-03-08

      누구나 다 알고있는 문제를 왜 금융당국은 가려주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국가경제 무너지고나서 그 책임을 국민들에게 또 떠넘기려는건지요.   삭제

      • 2011-03-07

        문제는 있다.. 근데 아무도 문제라는걸 인식하지 못한다.. 안으로 썩어가도 겉모양만으로 위안을 삼으며..괜찮아..좋아... 입에 발린말로 우리의 인식을 마비시키다.. 그러다가..... 꽝!!! 폭발... 웃기건 우리에게 괜찮다던 이들은 벌써 제살길을 마련한 뒤라는거... 순진하게 우리만 속은거다... 하나금융이 아무리 입에 발린 말을 해도 ....이건 괜찮지 않은거다.. 문제는 문제로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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