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동안 끌어온 대우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가 드디어 이번 주에 시작된다. 대우자동차의 처리는 세계자동차산업의 대변혁의 시기와 맞물려 있어, 한국의 자동차산업뿐 만이 아니라 세계자동차산업의 개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양대 산맥인 GM과 포드가 모두 대우자동차의 인수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세계 자동차 산업의 재편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지난 수년간 계속되었던 설비확장 경쟁으로 인해 전세계 자동차산업의 생산능력은 이미 연간 약 8000만대 규모에 이르고 있지만, 시장수요는 2004년에야 약 6000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을 불러오게 되고, 이는 당연히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현재 진행중인 거대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거대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지역별, 차종별, 그리고 등급별이라는 세 개의 축에 의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종합 자동차 네트워크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기본 모델을 아시아, 북미, 중남미, 동유럽, 서유럽, 일본 등 세계 6대 자동차 시장에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GM-피아트의 제휴,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의 제휴, 르노와 닛산 등의 제휴는 모두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등장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한 최소경제규모는 연산 500만대 이상의 수준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99년 기준으로, GM 네트워크는 이미 1,390만대, 포드는 840만대, 다임러 크라이슬러-미쓰비시는 630만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한 것에 비해, 한국의 현대-기아와 대우는 각각 194만대와 114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세계 시장환경의 변화는 현대-기아나 대우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를 기대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피아트가 GM과, 그리고 현대-기아가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지금, 대우자동차의 인수희망업체는 GM-피아트, 포드, 그리고 다임러 크라이슬러-현대의 3사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세계자동차산업의 빅3가 모두 대우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우자동차가 확보한 한국 및 아시아에서의 지위와 동유럽시장에서의 실적은 이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매력일 수 있다. 대우는 동유럽시장에서 11%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여 현지업체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3대 시장인 북미, 서유럽, 그리고 일본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대우가 구축한 동유럽 및 아시아에서의 지위는 해외의 주요업체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러한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대우자동차를 GM이나 포드 등의 해외업체에게 단독 인수시키는 경우, 대우는 자연스럽게 GM이나 포드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한국에 전수되는 등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우가 가지고 있는 소형차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대우가 소형차의 글로벌 센터로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의 막강한 판매망을 통해 대우의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 역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해야만 한다. 최근 발표된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는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임러 크라이슬러-미쓰비시-현대로 이어지는 거대 네트워크 내에서 현대-기아가 종속적인 지위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우의 동유럽 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나 미쓰비시 역시 아직까지는 동유럽에서 적극적인 사업전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동유럽이라는 중요한 신흥시장을 확보하는 경우, 현대-기아가 세계적인 네트워크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구성원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우자동차가 지금과 같은 지위를 쌓기까지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비싼 가격으로 국산자동차를 사 주었던 전 국민의 희생적인 지원이 있었다. 따라서 대우자동차는 한국 전체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과연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이익을 극대화를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현재 진행중인 대우자동차의 처리는 현대-기아와 대우의 양사가 모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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