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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에서 필리핀 수빅까지 이어지는 한진중공업의 노동탄압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진중공업은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결국 172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사측은 경영상의 이유를 정리해고 근거로 이야기하지만 한진중은 정리해고 발표 직전에 현금배당을 결정하는 등 여유만만한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한진중은 2009년 4천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0년 3분기까지 1천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진중의 정리해고는 노동조합과 지역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조선소를 폐쇄하고 필리핀의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 위한 사전조치다. 사측은 영도조선소에 물량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같은 기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는 서른 척이 넘는 선박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사측이 의도적으로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진중의 물량 몰아주기로 필리핀의 노동자들은 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인근지역에서도 유명한 저임금 고강도 노동착취 사업장이다. 한 수빅 지역 노동단체의 표현에 따르면 수빅조선소는 “꿈을 가지고 들어가 시체로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한진중 수빅조선소는 2006년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속에서 건설이 시작돼 2007년 12월 1단계 완공, 2009년 4월 2단계 완공을 마쳤다. 현재 2만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약 4만5천명의 노동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수빅 자유경제구역에 위치한 한진중 조선소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직접투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외양과 달리 수빅조선소의 노동조건은 필리핀 내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필리핀의 한 노동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빅조선소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최장 3개월까지 훈련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에는 하루 3달러의 임금만 지급된다. 그리고 이 훈련기간을 거치면 약 6개월 가까이 수습기간을 추가로 또 거친다. 수습기간에 관리자의 눈에 들어야 정식으로 채용이 된다. 수습기간 시급은 0.6달러(약 700원)에 불과하다.

수빅조선소의 노동자들은 정식 채용이 된다고 해도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다. 40여개에 달하는 하청업체에 고용이 되는데, 우리의 불법파견과 비슷하다. 필리핀 노동법에서도 금지하는 불법파견인데, 한진중은 자유무역구역에서의 특권적 지위를 활용해 불법적 작태를 지금도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다.

임금 착복도 존재한다. 한진중은 철야 맞교대 조의 교대시간 간격 조정을 통해 30분 이상의 추가 근로를 의무화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추가 근로수당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지불되지 않는 임금이 연 830만달러(약 100억원)에 이른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수빅조선소 노동자들 대부분은 출퇴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6~8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한진중은 노동안전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약 5천건의 안전사고가 공식 보고됐고, 2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열악한 위생조건으로 인해 321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조선소에는 반상근을 하는 의료진 한 명이 있을 뿐이며, 가까운 병원은 27킬로미터 밖에 위치해 있다.

한진중의 노조 탄압은 더욱 가관이다. 2009년에는 노조 지도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노동안전 협약을 근거로 노조 간부 60여명을 안전협약 위반으로 해고하기도 했다. 최악의 노동조건은 방치한 채 정작 노동안전 협약을 노조간부들의 해고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부산 영도조선소와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노동자들은 모두 한진중 자본으로부터 노동착취와 노조탄압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진중 자본은 영도조선소 물량을 줄여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그 물량이 이동하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자본 이동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무기는 역시 국제적 단결과 공동투쟁뿐이다.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통해 공장 폐쇄를 막아 낸 사례는 많지 않지만 꾸준하게 보고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는 브라질계 철강자본인 발레가 2009~2010년 캐나다의 광산을 폐쇄하려 했을 때 보여 준 국제적 공동투쟁이다. 캐나다 노동조합은 1년이 넘는 기간 단결된 파업투쟁을 벌였고, 본사가 있는 브라질의 철강노조가 캐나다 공장폐쇄 문제 해결을 임단협 요구에 함께 넣어 파업을 조직했다. 캐나다 광산의 대체지로 선정된 호주 인근에서는 호주 철강 노동자들이 연대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발레 자본은 2010년 말 이러한 국제적 노동자 연대투쟁에 두 손을 들었다. 발레 자본은 캐나다 광산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회복시키기로 결정했다.

한진중 노동자 투쟁 역시 국제적 연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과 필리핀의 노동자들은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한진중 자본으로부터 노동착취와 노조탄압을 당하는 같은 노동자들이다. 한국에서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노동조건 개선을 내걸고,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는 한국의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공동투쟁을 벌인다면 한진중 자본도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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