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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투기 확대가 아니라 은행 통제가 대안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전셋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 전국 평균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15% 올랐다. 전셋값이 1천만~2천만원 뛴 것은 보통이고, 일부 지역은 두 배 이상 뛴 곳도 있다. 그야말로 전세대란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부동산 매매가 줄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와 건설사 자금지원 등을 발표했다. 주택 매매를 활성화하면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투기 활성화로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 확대로 전세대란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현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노동자 서민들에게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살펴보면 이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2000년대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은행이다. 은행이 부동산 시장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를 분석하면, 그 반대편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손해를 보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은행은 주택가격 인상을 전제로 건설사에 대출을 해 준다.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건설사의 실물자산이 아니라 건설사가 분양을 통해 얻을 미래의 이익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 이익’을 담보로 시장이 돌아가다 보니 주택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은행은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는 것이고, 건설사는 부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은행은 또한 주택 구매자들에게도 대출을 해 준다.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의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담보를 설정하고, 주택가격과 대출자에게 소득의 일정 액수를 대출해 준다. 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이상의 주택가격상승이 이뤄져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 주택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하락할 경우 구매자는 신용불량에 빠지고, 집도 빼앗긴다. 은행 역시 경매 등을 통해 집을 처분하지만 상당한 손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은행은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대출을 해 주고, 이 대출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주택이 건설사나 가계의 완전한 소유대상이 되는 기간은 일시적일 뿐이다. 주택이 건설되고 매매되는 대부분의 기간은 담보로 은행의 손아귀에 있다. 은행의 주택을 빌리고 되팔며 차익을 얻는 것이 사실 부동산 시장의 진실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어쨌거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은행은 주택 공급자와 주택 수요자 모두에게서 이자수익을 획득한다. 건설사는 큰 자기자본도 없이 건설사업을 벌여 분양수익을 얻을 수 있고, 주택을 구매하는 가계는 부동산을 처분해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될 수 없는 노동자·서민은 계속되는 주거비용 상승을 감당해야만 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당연히 전세·월세도 오른다. 정부와 은행 통계를 봐도 그러하고, 자산에 대한 기회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은 은행·건설사·주택자산가 동맹이고, 이에 희생당하는 것은 노동자·서민이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은행·건설사·가계 모두 파산한다. 실물가치가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기대가치를 근거로 부동산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은행은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에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고 지급불능에 빠진 건설사와 주택자산가는 부도에 처한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정부의 발상이 이러한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당장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위기가 직접적인 증거다. 2000년대 미국 주식시장 침체 이후 급상승한 세계 부동산 시장은 결국 처참하게 붕괴했다. 부동산 가격이 ‘기대’에 근거하고 있는 한 기대가 커질수록 작은 불안요소에도 급격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2007년 말 미국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자 걷잡을 수 없이 전세계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문제는 책임을 누가 지는가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은행도 건설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마구잡이 PF 대출을 일삼은 저축은행들에게 자산관리공사가 몇 년간 3조7천억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정부가 실질 소유주인 우리은행은 현재 2조원가량의 PF 부실채권을 보유하며 건설사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건설사들은 2008년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지원 등으로 이미 10조원 가까이를 지원받은 상황이다.

노동자·서민은 세금으로 이들 투기동맹을 구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기로 인해 오른 주택비용으로 고생하는 꼴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세대란에 대한 노동자·서민의 대안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통해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고 있는 은행에 대한 사회적 통제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손실을 이들 투기동맹이 온전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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