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실업부조제도가 현실화돼 고인이 수혜를 받았더라면 작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명백한 사회적 타실이다."

9일 영화산업노조가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고 최고은(32)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통해 영화산업계 실업부조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노조는 "병마와 굶주임에 허덕였던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이웃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쪽지였다니 말문이 막히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영화제작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이해를 대변해야 할 책무를 진 노조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나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고인은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단지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창작자의 노력이 최소한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쓰려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부조제 도입도 촉구했다. 노조는 "영화 스태프의 연평균 소득은 2009년 기준 623만원에 불과하다”며 “실업부조금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정책 당국에 수없이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예술인의 지위를 보장하고 창작활동을 보호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 제정안이 2009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관련 부처가 반대하고 있다"며 "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예술인복지법 제정안은 예술인을 법적인 근로자 또는 유사 근로자로 인정해 사회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고 최고은 작가가 경기도 안양시 자신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최씨는 숨지기 전 이웃집 문에 자신에게 음식을 달라고 부탁하는 쪽지를 붙여 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단편영화 ‘격정소나타’를 연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여러 편의 시나리오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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