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올해 국민에게 다가서면서도 조직화와 연결된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동안전보건 작은 음악회인 '아주라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과 같은 국민 연중 캠페인도 새롭게 준비한다.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근로복지공단 앞 산업재해 상담 '찾아가는 서비스'도 확대하기로 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자체 양성해 지역활동을 강화하면서 조직화사업에도 나선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총연맹과 각 산별연맹·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올해 사업계획안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안전보건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등은 지난 2008년 서비스업종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의자 놓기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보건·위생 강화를 위해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캠페인을 펼쳤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민주노총은 지난해 4월 공동으로 국민캠페인단을 만들어 출범시켰고, 같은해 6월 지방선거에서 이를 이슈화시켰다. 민주노총은 "하루 종일 청소업무를 하면서도 퇴근할 때 씻을 곳조차 확보하지 못한 환경미화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알려 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5개 자치구와 함께 '환경미화원 휴게실 개선사업'을 벌여 시설이 열악한 휴게실 193곳을 개선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지역 내 휴게실 546곳 중 장소가 협소한 106곳은 넓히고, 샤워시설이 없거나 열악한 87곳은 씻을 공간과 시설을 새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같은달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사업주는 근로자가 관리대상 유해물질을 취급(51조)하거나 작업복이 심하게 하는 젖게 되는 작업장(179조)에는 탈의·목욕·세탁 등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이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식당 아주머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노동과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바로 식당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모티브가 됐다. 학교 비정규직 중에는 학교식당에서 급식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본격적인 국민 캠페인은 내년부터 벌일 예정이지만 올해는 실태조사를 시작한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법적으로 노동권이나 산재보험 적용을 보장받고는 있지만 실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국민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규모가 어느 정도고, 어떤 질병에 노출돼 있는지 실태조사부터 실시할 것이지만 근골격계질환이 널리 퍼져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가 만나고 조직하고

민주노총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통해 조합원을 늘려 나가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산업재해 문제는 노동자가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고, 그 이후의 보상 문제로까지 이어지면서 싸움의 양상이 심각해진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모였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조직화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민주노총은 현재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자 건강권 확보 및 산재노동자 탄압 분쇄를 위한 대책위원회'(건강권 대책위)를 전국적으로 확대·결성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영남권 건강권 대책위는 노동안전보건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산업재해 신청을 위해 찾아오는 노동자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민주노총은 찾아가는 상담서비스가 조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지난해 한 차례 진행했던 노동안전보건 작은 음악회인 '아주라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진행하기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 앞에서 노동건강연대·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 노동안전보건단체들과 함께 산재추방 거리콘서트를 열었다. 점심시간에 산책하러 나온 직장인에게 노래공연을 보여 주면서 산업재해와 관련한 선전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몇 명일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가장 근접한 답을 맞힌 이에게 상품권을 주는 문답식 퀴즈대회도 현장에서 열었다. 유자차·생강차·커피와 같은 음료도 무료로 제공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민에게 친근하면서도 쉽게 산업재해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며 "올해부터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사투리로 '아이에게 주라'는 뜻인 '아주라'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명예산안감독관, 올해는 결실 볼까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노동안전보건 의제를 통한 조합원 조직화사업 중 하나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양성교육을 시작했다. 매달 한 번씩 5시간에 걸쳐 10번의 교육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70%의 교육을 이수하면 자체 명예산안감독관 위촉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사업을 시작해 이날까지 2차례 교육을 진행했으며 올해는 12월까지 8차례의 교육을 더 진행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61조)에 따르면 명예산안감독관은 근로자·근로자단체·사업주단체·산업재해예방관련 전문단체에 소속된 자가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대한 참여와 노사협력적 자율안전보건관리 활성화를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위촉한 사람을 말한다. 민주노총은 자체 교육에 노동부 안전보건담당 공무원을 초청하거나 교육의 한 부분을 맡겨 노동부 장관 위촉장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노총은 자체 양성한 명예산안감독관을 통해 지역 중소·영세사업장 안전보건 강화활동을 진행하면서 이들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사업도 동시에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교육을 이수한 40여명 중 절반 가량이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간부들이었다.

법·제도 개선 투쟁도 지속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같은 법·제도 개선 투쟁도 지속한다. 민주노총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상·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적절하게 산업재해 보상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을 법·제도 개선의 핵심 목표로 꼽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08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질판위는 전문가들의 참여로 산재승인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산재 불승인 비율을 높이는 기구로 작용하면서 '불승인 위원회'라는 오명까지 얻은 상태다.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물론 민주노총과 산하 조직 간부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은 내부 개선과제로 꼽혔다. 김은기 국장은 "노동안전보건은 노동자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데도 여러 노동현안에 밀려 전체 조직이 함께하는 의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는 민주노총 특별위원회인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강화하고 총연맹·산별연맹·지역본부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주요 의제를 확산시키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6일 열린 회의에서 사무총국 정책실에 편재해 있는 노동안전보건 담당인원을 늘려 하나의 실로 확대·개편하는 안을 의결하고, 민주노총에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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