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1일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다.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정착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그보다 몇 배 더 충격을 줄 수 있는 전면적인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복수노조 매뉴얼도 배포됐다. 매뉴얼 배포로 노동현장의 불안과 초조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불안과 초조는 단순히 낯선 제도의 시행과 법을 능가하는 매뉴얼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지난해 타임오프 제도 시행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 있다.

바로 정부의 개입이다. 매뉴얼을 앞세운 정부의 개입은 노사 모두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렸다. 지난 13년간 법 개정을 놓고 노사의 팽팽한 이견이 있었고 다소 절차의 문제가 있었지만 의회가 노사 합의를 기초로 제도를 개정했다. 노사는 그간 불만을 자제하고 개정법을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정부는 달랐다. 사사건건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노사관계를 줄 세우려 애썼다. 그 첨병에 타임오프에 관한 노동부의 매뉴얼이 있었다. 2010년 7월1일 노조법 전체가 바뀌는 심판의 날인 양 선전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짓은 곧 드러나는 법이 아니던가.

예를 들어 7월1일부로 노조에 지급한 모든 편의제공을 회수하라는 위법한 행정지도는 법원에서 무참히 깨진 지 오래다. 사용자들은 정부의 지도를 따랐을 뿐인데, 소송에선 졌다. 지도에 잘못이 있었다는 반성은 고사하고 사실 인정도 없다. 우스운 꼴이다. 정부를 믿었던 사용자도 이젠 겉으로 정부를 겁낼 뿐 그 말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깨닫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신뢰는 계속해서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해 벽두부터 노동부는 “유급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는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몇 노사를 처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형사처벌을 공언했다. 형벌에 대한 최종적이고 유일한 결정권한이 사법부만이 있다는 기초 지식조차 언론은 모르는 듯 “무조건 처벌된다”고 떠벌렸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초과합의는 편의제공 부당노동행위다”라고 단정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갑자기 시정명령으로 덧씌운 이유는 뭘까. 노조법이 가장 혐오하는 범죄인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면 간명할 것을. 아마도 부당노동행위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노사관계를 포함한 정부의 집행은 안정과 신뢰를 기본으로 할 것이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돼서는 노사 모두가 불행해진다. 정작 타임오프 제도의 원래 취지-영세·중소기업의 노동조합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2011년 새해에도 간 데 없다. 정부의 도움으로 그동안 불가능했던 노조전임자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노동부는 입법취지에 따라 법대로 정확하게 집행해야 한다. 노동현장에 10% 노조 조직률을 제고시켜 노사 힘의 균형을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아직 타임오프 제도는 시행 초기다.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매뉴얼에 대한 감상 또한 같다. 기회가 주어지는 한 세부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 싶다. 먼저 법에 반하는 해석까지 하면서 불필요한 수고를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자세한 법령이 있는데, 굳이 매뉴얼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타임오프 제도에 관한 매뉴얼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짙다. 사업과 사업장의 개념 왜곡은 해석의 기본인 문언에도 반하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노동부가 매뉴얼을 스스로 회수하기를 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회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대로 둔다면 관할 근로감독관은 매뉴얼을 내세워 사용자를 지도할 것이고, 사용자는 법으로 믿고 노조를 윽박지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다수의 사용자는 아직도 지도에 따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쟁이 사건화돼 법원에서 무참히 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제서야 불필요한 매뉴얼이 아닌 법령에 따라야 한다고 깨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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