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경제연구소에서 예상 경제성장률을 발표한다. 올해의 경우 정부는 5% 내외를, 민간경제연구소들은 4% 내외를 예상 수치로 내놓았다.
 
이는 2010년 한국 예상 성장률 6%보다는 낮지만 세계통화기금(IMF)의 올해 선진국 경제성장률 1.9%나 세계 경제성장률 3.7%보다는 높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두고 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게 경제위기에서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률 수치는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경제현실과 너무나 다르다. 정부가 자랑하는 경제성장률 뒷면을 살펴보자. 노동부가 조사하는 사업체 임금근로시간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전인 2007년 3분기에 비해 2010년 3분기 임금은 9.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1.4% 하락했다.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으로 살 수 있는 소비재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조사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로 상용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자를 모두 포함할 경우 실질임금 하락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실질임금 감소는 중소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진행되며 노동자 간 격차도 더욱 크게 벌여 놓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재구성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은 50.5% 수준이었으나, 2010년 8월에는 46.9%까지 하락했다. 액수로는 임금격차가 월 118만원에서 141만원으로 23만원이나 늘어났다.

사상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 성장률에 최대 기여를 한 자동차산업에서는 임금격차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에 존재하는 자료범위 내에서 살펴보면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월 149만원이었으나 2010년 1분기에는 월 252만원으로 갑절 가까이 벌어졌다.

국가 안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합하는 국내총생산과 이의 실질변화율을 측정하는 경제성장률은 생산된 부가 어떻게 분배되는지 정확히 보여 주지 못한다. 2010년 6% 가까운 성장을 했다고 하지만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성장은 자신들의 살림살이와 크게 상관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노동자들의 희생,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소사업장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경제성장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이 재벌 대기업의 곳간으로 향했다.

이렇게 경제위기 시기에 한국에서 재벌 대기업으로 부의 집중이 이뤄지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위기대책이라는 것이 사실 재벌 대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재벌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에 눈을 감고, 노조를 압박해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감내하도록 한다. 많은 수입소비재를 소비하는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하락시키지만, 수출 대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높여 주는 고환율 정책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법인세 등에 대한 각종 세금 혜택은 덤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을 입은 재벌이 이를 국민 경제에 환원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양상은 2011년에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재벌대기업 경제연구소들이 전망하는 2011년 4~5% 내외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경상수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4.1%는 수출 증가율 9.7% 증가에 민간소비 3.9% 증가로 만들어진다. 정부와 다른 연구소들도 비슷하다. 내년에도 노동자들의 소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미달하며, 지난해 증가율(4.4%)보다도 작다.

한국 노동운동은 올해 적극적인 임금인상 투쟁이 보다 근본적 차원의 한국의 경제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시기집중 임단투, 산별 임단투 등을 통해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하청·계열화돼 있는 산업구조를 넘어선 노동자 단결을 이뤄 내고,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단투'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도 유럽 재정위기, 중국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경기 조절 등으로 수출 증가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벌대기업과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 번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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