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 초래한 인재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산재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2010년 11월17일 사이에 4대강 현장에서 노동자 9명이 부상을 입고 4명이 사망했다.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에서만 건설노동자 4명이 사망했고, 8명이 다쳤다. 그 외 영산강 6공구 승촌보에서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산업재해로 신고된 사고만 그렇다는 얘기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노동자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의 경우 재해를 당하고도 산재가 아닌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재해율이 높으면 건설사들이 입찰자격 심사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덤프·굴삭기 등 건설기계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정부 통계가 실제 재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5월 낙동강 33공구에서 덤프노동자 지아무개(56)씨가 과로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져 논란을 일으켰다. 9월에는 한강 6공구 여주보 현장에서 신호수 유아무개(70)씨가 후진하던 덤프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강 의원실에게 제출한 4대강 산재현황 통계에는 빠져 있었다.



통계에 없는 숨은 산재 많아

사고현황에 따르면 4대강 현장에서는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출혈과 각종 안전사고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여주 강천보 건설현장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 김아무개(48)씨가 발판에 맞아 사망한 사건의 경우 공기 단축을 위해 발판 볼트를 미리 풀어 놓은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볼트를 풀어 놓은 이유를 조사하고 있지만, 이는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 해체시 자주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08년 거푸집 해체시 볼트를 미리 해체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건설현장에서는 공기 단축 때문에 볼트를 미리 해체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밖에도 크레인·펌프카 등 건설기계에 손이 끼는 협착사고, 준설토 운반시 차량 충돌사고, 지붕 및 천장 등에서의 추락사, 차량탑승을 위해 이동 중 쓰러짐(뇌경색)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노조는 "현장에서 짐을 많이 싣고 급하게 작업을 시키는 바람에 장비 안전사고와 과로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대강 공사에 따른 유속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도 두 번이나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이포보에서 훈련을 하던 공병대의 소형단정이 협류를 통과하다 전복돼 4명이 숨졌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의 ‘육군 군용 단정 전복사고 중간조사 결과’ 자료에는 “사고지역은 공사를 위해 급류 지점을 제외하고 막혀 있어 유속이 초속 13~15미터로 빠르고 3미터의 낙차가 있는 지점으로, 낙차지점을 극복하지 못해 전복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돼 있다. 전복사고가 4대강 공사로 인해 이포교 주변의 물살이 급격히 빨라져 일어났다는 일각의 주장을 국방부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불과 두 달 전인 8월31일에도 인근의 여주보 현장에서 주민 안아무개(58)씨가 탄 고무보트가 전복돼 익사했다. 이포보 군보트 전복사고와 장소만 다를 뿐 경위는 똑같다. 보가 건설되면서 급류가 생기는 건 예견된 상황임에도 주민이 숨진 뒤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군 보트까지 전복되는 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의 과도한 노동강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 공무원이었던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6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수생태보전과에 발령받은 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담당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같은해 10월 숨졌다. 유족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보상금 지급을 청구했고, 공단이 이를 거절해 현재 재판을 벌이고 있다.

속도전 위해 불·탈법 강요

이 같은 사고를 초래한 것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은 '속도전'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강기갑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 달성률이 가장 높은 낙동강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다. 낙동강의 공사 달성률은 104.1%이다. 전체 평균(103.3%)보다 높다. 그 외 영산강 103.2%·금강 102.9%·한강 100.5% 순이었다. 속도전을 위해 불법과 편법 등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발주공사 중 표준계약서 작성비율이 지난해 66.9%에서 올해 20%로 급감했다. 4대강 공사에서 표준계약서가 아니라 일반계약서가 작성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수자원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월 수공이 발주한 4대강 공사의 경우 건설기계 표준 임대차계약서를 19%만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4대강 공사 구간이 아닌 곳에서는 표준계약서 체결비율이 33%였다.
표준계약서가 아닌 일반계약서는 사실상 노예계약서로 불린다. 내용을 보면 현행법을 위반한 내용이 적지 않다. 주요 내용은 △을은 계약서 조건 외에 요구를 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 △을은 갑의 업무처리에 절대 협조하고 이의제기를 해서는 안 된다 △조업시간에 절대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적어도 국책사업은 법을 지켜야”

이정희 의원은 "정부가 말로만 대·중소기업 상생대책을 발표하지만 표준약관 사용을 의무화하는 데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공정사회가 되려면 최소한 정부 발주 공사만이라도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경남건설기계지부는 4대강 현장의 불·탈법을 막고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상남도에 정례협의회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유정자 지부 총무부장은 “다른 민간 공사현장이라면 있을 수 없는 불법적인 행태가 4대강 현장에서는 대놓고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책사업이어서 그런지 모두가 눈을 감고 있다”며 “국가가 정해 놓은 법을 국가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의원은 “4대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자수 대비 사망률이 약 32%에 이르러, 일반 건설현장(3%)의 10배에 육박한다”며 “국토부의 진상조사와 함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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