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화물 등 운수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잇따라 두드려 맞고 있다. 이들을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사용자이거나 사용자의 측근이었다. 노동계는 “정부가 친사용자로 기운 것도 모자라 인권의 보루여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파행을 겪으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존엄이 땅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29일 운수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택시노동자가 회사 상조회장으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사용자를 고소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김완선(52) 전 운수노조 동일운수분회장은 이날 새벽 1시께 파주 금촌동 가스충전소에서 김아무개 상조회장이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 턱뼈가 함몰되는 복합골절을 입었다. 그는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현재 일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운수노조에 따르면 김 전 분회장은 지난 8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회사 대표를 고소했고, 회사는 이를 문제 삼아 임원들에게 "내년 2월 말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 상조회장이 ‘노조 때문에 임원들이 해고되게 생겼다’며 폭행했다”며 “사측의 사주를 받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41) 전 M&M 대표가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화물노동자 유아무개(52)씨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유씨를 폭행하면서 10여 차례 폭행한 후 ‘맷값’으로 한 대당 100만~300만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M&M이 유씨가 다니던 운송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화물연대 탈퇴를 조건으로 한 고용승계 방안을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유씨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1년간 최 전 대표의 자택과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생활이 막막해진 유씨는 지난달 18일 회사측으로부터 "탱크로리 차를 인수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 용산에 있는 M&M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회사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 전 대표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는 유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그가 맞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자 "한 대에 100만원",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값을 매겼고, 일으켜 세워 입에 두루마리 휴지를 물리고 얼굴을 폭행한 후 차량값 5천만원과 매값 2천만원을 건넸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벌 2세가 노조탈퇴를 거부하던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야만적인 폭거”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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