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에 다시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쌍용차가 결국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와 매각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1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쌍용차 매각이 다시 한 번 ‘먹튀’ 기업을 불러들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직 빚 받아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된 채권단과 그들의 수족 노릇을 하는 법정관리인은 결국 졸속으로 쌍용차를 매각해 버렸다.

마힌드라가 상하이자동차와 비슷하게 쌍용차 기술 이전만 관심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다. 인도에서 농업용 트랙터·삼륜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생산하는 마힌드라는 자체 기술이 매우 부족하다. 농업용 트랙터나 삼륜차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승용차는 르노자동차의 기술을 빌려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르노와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르노측의 마힌드라에 대한 불신으로 끝나 버렸고,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에게 쌍용차는 기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다.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으로 이미 큰 상처를 입었던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해 쌍용차 노사와 고용보장, 지속가능한 투자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협약서를 매각계약과 동시에 체결했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특별협약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하이차 역시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투자에 관한 협약을 맺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마힌드라가 기술 수준이나 기업 규모에서 당시 상하이차보다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3자 특별협약이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인도 언론은 일부 기술개발 부문을 제외하면 쌍용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인도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마힌드라는 이미 렉스턴과 코란도C를 반조립품(CKD)으로 수입해 생산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인도 생산라인을 증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법정관리인을 내세워 먹튀 매각을 주도한 것은 채권단의 핵심인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자신들이 이번 매각과 직접적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법정관리인이 주채권단 허가 없이 매각을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다.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7천404억원에 달하는 빚을 순차적으로 상환받는다. 이번 매각은 이 빚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 보자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기술만 빼가겠다는 마힌드라, 빚만 받아 내겠다는 채권단의 은밀한 계약은 조만간 회생채무 변제계획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마힌드라의 인수대금 5천225억원 대부분은 쌍용차 투자보다는 회생채무 변제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쌍용차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3천771억원이고, 인수대금 중 954억원은 당장 급한 회사채 인수에 우선 사용된다. 2013년 259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매년 500억~1천600억원 규모로 상환되는 회생채권과 회생담보채권 상환시기도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채무상환을 하고 나면 쌍용차에 남는 것은 빈껍데기만 있는 공장이다. 신차를 개발하거나 설비를 개선할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힌드라는 기술을 유출할 시간, 인도에 생산설비를 완비할 시간 만큼만 쌍용차를 운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쌍용차는 몇 번의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고, 그나마 산 자로 남아 평택과 창원에서 일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상당수는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후방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산업 특성상 많은 부품사 노동자들 역시 연쇄적으로 고용불안을 겪을 것이다.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수가 약 2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이라도 산업은행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쌍용차 졸속 매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쌍용차 사측과 마힌드라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종 매각 결정은 채권단 관계인집회와 법원에서 정해진다. 지금이라도 쌍용차를 진정으로 살리는, 지역경제와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술유출에 혈안이 된 먹튀와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빚쟁이들의 거래 속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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