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9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기고 한지원의 금융과 노동
노동자의 눈으로 본 환율전쟁 (1)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의 최고 이슈는 환율전쟁이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실무자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선언문의 환율 관련 대목을 두고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국이 환율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회복 정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지난 2년간 헬기로 돈을 뿌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경제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은 중국․브라질․한국 등의 신흥국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이들 나라의 자산거품만 만들어 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위기를 수출증대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출 증대를 위해 달러가치를 낮추고, 반대로 현재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 통화 평가절상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국가가 되겠다는 구상에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미국이 흑자를 기록하면 어느 국가는 적자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어떤 국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30년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봐도 자국 화폐를 찍어 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국가들은 미국 내 자산투자를 통해 달러가치를 방어했다. 흔히 달러 환류라 부르는 국제경제체계다. 미국은 계속 상승하는 자산가치를 담보로 부채 소비를 계속했고, 미국의 소비를 기반으로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 성장했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는 한 누구도 미국과 같은 소비를 할 수는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율전쟁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다. 중국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국제적인 달러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경제적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한 중국은 80년대 달러 환류를 책임졌던 일본과 달리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달러 약세를 만들어 낸 플라자합의(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나, 반대로 미국 내 자산투자를 늘릴 목적으로 달러 강세를 이끌어 낸 95년 역플라자합의와 같은 국제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일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2000년대 달러 환류의 중심축 역할을 한 중국 역시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의도는 없다. 달러 거버넌스를 흔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시장이 줄어들면 중국 경제성장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플라자합의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과 같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생각은 없다. 환율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누가 조금 더 손해를 볼 것인가를 다투는 정치적 협상의 상징인 셈이다.

한편 미중 환율전쟁으로 표현되는 경제위기 이후 달러 거버넌스 논의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중국이 미국 자산시장에 투자한 2조달러의 자본은 결국 중국의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착취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국부펀드와 중국 자산가들, 그리고 중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국적 기업들까지 모두가 다양한 형태로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로 출자한 중국투자공사는 미국 블랙스톤 사모펀드와 모건스탠리의 전환사채에 투자했다가 이번 금융위기에 8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자금 대부분은 노동자들의 세금이다. 미국 자동차기업 GM은 중국 합작회사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모기지사업 자금의 기반을 만들었다.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착취로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자산시장 확대로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기업들은 고용을 확대하는 대신 금융 업에 진출해 자산시장에서 시세차익을 획득하는 데 매진해 왔다. 미국의 대표적 전기기업 GE와 자동차기업 GM은 2000년대 수익의 절반 이상을 금융 사업에서 벌어들였고, 대신 미국 내 공장은 40% 이상 줄였다. 미국과 중국이 이러한 달러 환류 체계를 계속 유지할수록 노동자들의 희생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지난 11월8일부터 서울국제민중회의가 진행됐다. 회의 참가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권 강화와 금융통제, 자산가들의 이해만 대변하는 정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융 투기 방안에 다름 아닌 환율전쟁에 대한 G20 정상회의 논의보다 우리가 주목할 바는 바로 민중회의의 주장들이다.

* 다음주에는 <노동자의 눈으로 본 환율전쟁(2)-한국의 노동자들과 환율전쟁>이 이어집니다

한지원  jwhan7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