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KEC 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는 이유로 지난 7일 구속된 금속노조 구미지부 간부 임아무개(41)씨가 급성뇌경색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8일 노조에 따르면 구속상태에서 공장 불법점거와 기물파손 등의 혐의에 대해 경찰조사를 받던 임씨가 양쪽 다리가 마비되고 언어능력이 저하되는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미 차병원으로 이송돼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한 결과 급성뇌경색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임씨는 이날 오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옮겨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임씨의 뇌경색 발병소식과 관련해 노조는 노사갈등과 장기농성·경찰수사 같은 복합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건강했던 임씨가 갑자기 뇌 이상 증상을 보이자, 공장 안 장기농성이 임씨의 건강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임씨가 경찰에 연행되기 전까지 열흘간 농성을 벌인 KEC 1공장의 경우 하루 24시간 내내 가압장치가 가동돼 공장 안 노동자들이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유사한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안 온도도 일정치 않아 노동자들은 어떤 날은 고온의 상태를, 어떤 날은 저온의 상태를 견뎌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규주 구미지부 조직부장은 “농성 내내 높은 기압을 받은 조합원들이 두통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일 노사합의로 재개된 KEC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은 진척이 더딘 상태다. 징계해고자·고소고발·손해배상 가압류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KEC지회 조합원 100여명은 9일부터 11일까지 상경투쟁을 벌이며 회사에 성실교섭을 촉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KEC의 노사교섭이 파행을 거듭할 경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일인 11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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