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경우 유급휴가 처리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를 사용자 책임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 적용이 가능한지 물어 온다. 참 어렵다. 답답한 것은 행정부 그 어디에서도 이에 관한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얼마간 버틸 수 있겠지만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아예 알 수도 없다.이런 혼란 중에 잊히는 노동
날씨가 여전히 매섭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었건만 한 번도 입지 않은 외투를 꺼내 입었다. 누가 우수에 강물이 녹는다 했는가. 이른 아침 추운 날씨에도 서울행정법원 앞에 많은 기자들이 모여 큰 관심을 보였다. 수십 명에 이르는 양대 노총 조합원들도 보인다. 양대 노총이 공동으로 법률투쟁에 들어간 것은 2018년 6월19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힌 개정 최저임금법 헌법소원청구 이래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잘 알고 있듯이,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1항을 개정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했다. 특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또 바뀌나요?”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다시 선임됐다는 뉴스를 듣고 언론사에 다니는 지인에게 물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웠다. 일자리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사임이라니. 그의 답은 부위원장으로서 정한 임기가 다 됐기 때문이란다.답답하기만 한 이 마음은 뭘까. 일자리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자임하고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에 일자리를 두겠다고 했다. 그 유명한 일자리현황판까지 만들지 않았나. ‘노동존중 사회’와 함께 새로 출범한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공약이었다. 3년도
새해 꿈이 깨기도 전에 세상이 온통 어수선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덮쳐 점점 세를 키워 가는 중이다. 큰 사고 없이 빠른 시일에 퇴치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염병을 틈타 노사와 노동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이간질을 일삼는 신종 전염병이 있다고 한다. 서로 체온을 나누기조차 꺼려지는 마당에 이런 놈들까지 득세하고 있으니. 몇 갑절 이문을 남기려는 마스크 사재기꾼보다 더 큰 거악이다.다행히 노동현장이 뒤숭숭한 것만은 아니다. 방역을 위해 밤낮 없이 현장을 누비는 방역노동자, 환자들을 간호하는 병원노동자들
예상대로 연초부터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주초부터 고용노동부에서는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 지원’을 발표했다. 형식은 권고 정도지만 노동현장은 그 이상이다. 그리고 대법원(2019. 12. 24. 선고 2015다254873 판결)의 임금체계에 대한 연이은 판단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처럼 기본금·상여금·근속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정부와 법원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 노동조건의 핵심이라 할 임금체계 변화가 예상된다.정부 계획이나
새해가 시작되고 약 1주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각종 언론에서 쓴 기사로 2020년을 예상해 본다. “산재사고 사망자 855명, 1999년 이후 최초로 800명대”라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산업재해 0명이라는 당연한 목표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근래 보기 어려운 큰 진전이다. 정부 노력을 평가할 만하다. 같은날 10년7개월 만에 사업장으로 돌아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출근길이 신문 1면에 실렸다. 반쪽짜리 출근이라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뭉클해하는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반면에 정초부터 타
추억의 만화영화 에서 까마득한 미래 세계로 그려졌던 2020년.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가득한 세상하며 정말이지 올까 했던 그런 날이다. 2000년에 새로운 천년을 맞을 때만큼이나 묘한 기분이다. 제목만큼은 선명한 는 오염된 지구를 탈출해 인간이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기억된다. 지금의 지구가 탈출할 정도는 아니지만 틀린 예상도 아니다. 환경문제는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더 이상 지구를 오염시키지 마라는 그레타 툰베리 주장이 트럼프를
“FTA 노동조항 위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실시되는 전문가 패널 조사.” 올 한 해 열심히 달린 끝에 들은 소식이다. 12월30일부터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사이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13장 노동·환경 관련 조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 패널을 개시한다. 이미 예고된 일이라고는 하지만 많이 안타깝다. 유럽연합이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13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1년을 넘기고 있는데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불명예만 남았다.정말이지 이번만큼은 ‘세계 최초’가 자랑스럽지 않다.
“주제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노동법원 설립 여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이미 만들어질 것을 기정사실로 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일 대법원에서 서울대 노동법연구회·법원 노동법분야연구회·서울중앙지법·노동사건실무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9년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필자도 우연한 기회에 학술대회를 방청할 기회를 얻었다. 대법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에 비해 노동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흘러간 노래 반복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했다. 그런데 반전이었다.법원은 노
대구에서도 택시산업 현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카카오에서 출자한 프랜차이즈업체 DGT모빌리티가 막 영업을 시작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택시업계에도 프랜차이즈 형태 가맹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서는 카카오 이미지를 붙인 택시를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카카오는 대구를 다음으로 선택하고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경제규모나 택시시장이 작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프랜차이즈사업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밋빛 희망을 앞세워 회원 모집에 나섰다. 당연히 지역 택시노동자들은 크게 불안해
지난달 28일 통계청은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일자리 46만4천개가 늘었다는 발표다. 일자리 정책이 성공한 결과라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그저 그런 어르신 일자리만 늘었을 뿐이라는 주장까지 이를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활용·선전하기 바쁘다.아마도 비판의 요지는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좋지 않은’ 일자리일 뿐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비판만 할 뿐 더 나은 대안은 없다. 되묻고 싶다. 이러한 방법 외에 이만한 일자리를 늘릴 구체적 실행방안이 있는지. 최근의 노동시장 환경을 감안한
보수야당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과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를 요구하지 않으면 다른 법안조차 심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매일노동뉴스 11월27일자). 참으로 많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올라갔지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처리율은 고작 30.4%에 머물러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가 나온 지도 오래전인데,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왜 등장하는 걸까.현장은 혼란스럽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중앙노동위원회가 어디에 있나요?” “왜 고용노동부와 같은 건물을 쓰죠?” “혹시 노동부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요?” 의뢰인인 조합원들로부터 받는 질문들이다. 부당해고 구제든 부당노동행위 구제든 자신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중앙노동위까지 오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했을까? 비록 그의 대리인이지만 그 마음만은 쉬이 헤아리기 어렵다. 게다가 중앙노동위가 노동부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걱정과 부담은 몇 배가 되고 만다. 노동부가 늘 조합원 편에 섰다면, 믿음이 단단했다면, 오히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든든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열사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단축 등 노동정책이 갈 길을 잃고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이다. 올해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많은 후배들이 모였다. 위원장의 발언 못지않게 대다수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아마도 죄송함과 부끄러움이었으리라.지난 세월 전태일 열사가 만들어 낸 희망은 실로 대단하다. 49년 전 청년 전태일은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시대에 출현하는 다국적기업도 반드시 노동자의 기본적 노동인권을 존중하고 지켜야 합니다.” “강제노동이나 아동을 사용하는 그 어떤 노동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Working Party on RBC and NCP Meetings'에서 TUAC(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이 한 주장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디지털시대 기업 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 conduct & digitalization)”을 주제로 NCP(National Contac
“노사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요배달 거부를 포함해 12월 파업에 나설 것이다.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진짜 적폐는 기획재정부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이 지난 25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다들 기억하겠지만 지난 7월 한여름, 우정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동료 조합원이 과로와 사고로 죽어 나가는 현실을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정노조의 주장은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는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집배원
“바지 사장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바지 대통령이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오늘 이기권 장관 퇴진을 외치러 왔는데, 정권 퇴진을 외쳐야 할 때다.”2016년 10월2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한국노총은 애초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세종시로 내려갔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듯이 최순실 등이 국정을 농단하고, 대기업과 결탁해 노동정책마저 좌지우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규탄대회는 장관 퇴진이 아니라 대통령 퇴진의 장으로 바뀌었다.한
“28일째입니다.” 초췌하기 그지없다. 나름 어울리는 수염이 움푹 팬 볼을 가리고 있었기에 다행이다. 지난주 만난 이지웅 한국도로공사노조 위원장의 모습이다. 현관 입구에 거적을 깔고 홀로 본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굴 상대로 무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인지. 김천을 찾아갈 때만큼이나 위원장을 만나고 본사 현장을 둘러본 마음이 착잡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인지. 공부와 현실의 차이는 무엇인지.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문제는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 너무 오래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민부론?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왠지 어색하고 부족한 단어다. 야당에서 ‘민간주도 자유시장경제’라며 발표한 정책기조란다. 시민 모두가 잘산다는, 말 그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슬로건에 비해 실행 내용은 참혹하다. 마치 공부는 하지 않고 높은 점수만 바라는 학생이랄까. 내용 전체를 이해하고 그 당부를 논하기에는 턱도 없는 능력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 및 차등적용, 저성과자 해고, 노동시간단축 유보, 파업 중 대체근로 전면허용과 파업노동자 직장점거 금지,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처벌 금지 등 그들이 내놓은 노동
‘정의’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과연 노동자에게, 노동현장에서 정의란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 미처 다 읽지 못한 마이클 샌델의 책 를 꺼내 들었다. 부족한 실력 탓인지 여전히 어렵다. 솔직히 특정 부분은 ‘시’처럼 느껴질 정도다. 센델 교수가 ‘정의의 대가’들이 정의한 ‘정의’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풀어 가는 가운데 단연 필자의 흥미를 끄는 대목은 롤스의 ‘평등주의 : 차등원칙’이다.롤스는 획일화된 평등을 능력주의 시장경제 사회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롤스가 내놓은 대안은 소위 차등원칙으로, 재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