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26일 오전 7시30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빨간 옷을 입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피켓을 든, 5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3번 출구 바깥으로 나가니 파란 옷을 입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피켓을 든 50대 여성 두 명이 인사했다. 인파의 물결은 역을 지나 코오롱싸이언스밸리 1차까지 이어졌다. 건물 앞에는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차가 송영길 후보 유세차와 나란히 있었다.오전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업무를 하는 연구직 장호인(가명)씨는 오전 5시 눈을 뜬다. 아침 수영을 하고 7시40분 정도면 출근한다. 그렇지만 장호인씨의 하루 근무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SK하이닉스는 2020년까지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었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 제도를 운영했다가 이를 폐지하고 하루 중 4시간만 사내에서 근무하면 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아예 없애고 2~4주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주 40시간만 일하면
“나를 위한 시간요? 없죠. 일요일만 쉬어요. 토요일에 일하면 1.5배(휴일 가산수당)를 더 주니까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요.”가사노동자 강정희(66·가명)씨의 일주일 스케줄은 숨 쉴 틈 없이 빽빽하다. 오전 9시 출근해 서울 잠실에 사는 고객 집에서 오후 1시에 일을 마친 뒤, 오후 2시까지 교대 사는 고객 집으로 이동한다. 점심을 챙겨 먹을 새도 없다. 아무도 주 6일 일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통상임금의 1.5배를 주는 휴일 가산수당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정희씨의 일은 불안정성의 연속이기 때문이다.지난해 코로나19로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9일 오전 6시30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 오지벌 사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진보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들과 남색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다. 20여명은 전하문 인근에, 80여명은 전하문으로 곧장 통하는 전하로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왕복 2차선 전하로는 회색 작업복을 입고 다종다기한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빨강색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건넸
6·1 지방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르는 지방선거인 만큼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다. 그만큼 거대 양당체제는 더 공고해지고 진보정치가 설 자리는 좁기만 하다. 그 틈을 비집고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 ‘진보단일후보’를 앞세워 도전에 나서고 있다.대선 실패 딛고 지방선거 후보단일화로 공동대응이번 지방선거는 진보정치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박근혜 정부 초기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지난 대선까지 연이어 실패한 진보정당 후보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29일 동안 곡기를 끊으며 제정을 이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지난 9일로 100일을 맞았다. 시행 석 달을 넘는 동안 노동자는 어김없이 죽어 나갔다. 169명이 업무 중 목숨을 잃었고 고용노동부는 이 중 58건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중대재해 1호 사업장인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도 한창이다. 노동부가 법을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인지,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앞으로 중
지난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이동우씨를 제외하고도 동국제강에서 최근 5년간 5명이 산재 사망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흡한 안전조치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지만 1심 판결이 나온 4건의 사고는 모두 벌금형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에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재해조사 보고서와 판결문을 보니 이동우씨 사고처럼 점검 작업시 기계가 멈추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경우도 여러 건 확인됐다.2018년 ‘70도 전해액’ 원청 직원 덮쳐작업계획서 미작성, 펌프 그대로 가동15일
삼성전자가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8일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2020년 8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을 확인하고 회사에 취업규칙에 준하는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다른 건물로 이동시켰다고 평택지청에 답했다. 분리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건물 이동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인사조치가 아닌 코로나19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동료의 증언이 추후 확인됐다. 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원자력발전 비중 강화와 전력구매계약(PPA)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원전 비중 확대는 짐작했던 대목이지만 전력구매계약 확대는 예상 밖이었다. 두 국정과제를 조합하면 대기업 중심의 전력시장 운용이라는 결과물이 보인다. 가 차기 정부 5년의 에너지산업 동향을 전망해 봤다.전망 1. 석탄화력 발전노동자 전환은 요원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큰 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조정 없이 수용한 가운데 장기
“출신국과 관계없이 임금 차별이나 그 어떤 차별도 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근로기준법에 나온 근로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이주노동자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어야지 않겠어요?”국적을 알리기 어렵다고 밝힌 결혼이주 여성 A씨가 5일 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수도권의 한 가족센터에서 10년 이상 일한 A씨는 지난해부터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에 가입해 활동했다. 가족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이주여성들이 받는 임금 차별과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알리고 있다. 신원이 드러나 또 다른 차별과
윤석열 정부의 일자리 공약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민간에 맡기는 것으로 집약된다. 공약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한 규제혁신으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곧 노동시장 유연화를 의미한다.민간 주도 경제, 노동시장 유연화윤석열 당선자의 외부 공식 행보는 경제 6단체장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며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하는 것이
윤석열 시대 노사관계 전망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노조배제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조직된 노동자를 ‘강성노조’로 몰아붙이며 ‘불법을 일삼는 집단’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대체제로 노사협의회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성노조의 법 위에 군림하는 행위, 윤석열 정부는 엄정 대처하겠다”며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기간 유세에서는 연달아 ‘강성노조’를
윤석열 정부의 노동공약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시간의 총량 규제를 연간 단위로 확대하고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선택근로시간제 1년 확대+포괄임금제‘인간 자유이용권’윤 당선자는 1~3개월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업무의 시작이나 종료시간을 정하지 않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시간의 규제가 없어 무한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연공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는 것이다.그런데 임금체계 개편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임금은 근로조건 가운데서도 가장 첨예한 문제로, 변경하려면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임금정책은 민간보다는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까.100명 이상 사업장 55.5% 호봉제공공기관부터 임금체계 개편 추진될 듯윤 당선자는 공약자료집에서 ‘연
조직 내부 비리를 고발했다가 집단적인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적응장애를 겪은 공익신고자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익신고자는 비리 폭로 이후 감시를 당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는데, 뒤에도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해 입원까지 했다. 그는 현재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홀로 싸우고 있다.푸드뱅크 사회복지사, 내부 비리 제보조사 과정에서 신분 노출돼 보복 조치16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위탁기관인 한 푸드뱅크마켓센터의 사회복지사 김은미(35·가명)씨는 2018년 보조금 부정수급 및 채용비리를 공익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기소하는 권한을 가진 대검찰청이 최근 벌칙해설서를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도급인·사업주·경영책임자 등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처벌하는 대상과 법으로 보호할 대상·적용범위를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① 중대재해 처벌 대상 도급인? ‘실질적 지배’가 가른다② 업무 지시했다면 ‘기업 총수’도 공범으로 처벌 가능③ 특수
5년 전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앞다퉈 내세웠던 대선후보들은, 현재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공약으로 갈라치기하거나 페미니즘을 입에 올리기 꺼려 한다. 정치인의 말과 태도는 실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없는 것’으로 만들고 여성들의 목소리는 지워졌다.대선을 하루 앞둔 3월8일, 114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는 지워진 여성들의 목소리, 그중에서도 월경 경험을 주제로 목소리를 들었다. ‘월경하지 않는 몸’이 표준인 사회에서 월경 경험은 일터에서 차별 근거로 작동했다.전통적으로 남성의 일터로 여겨지는 건설현장에서 여성 화
20대 대선이 6일로 꼭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초박빙 경쟁을 이어 가던 중 야권후보 단일화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라는 변수 속에서 지난 4~5일 이틀간 치른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치인 36.93%를 기록했다. 지금의 대선판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접전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퇴로 이재명·윤석열·심상정(정의당) 후보의 노동공약를 비교·정리했다. 각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각 정당 정책공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기소하는 권한을 가진 대검찰청이 최근 벌칙해설서를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도급인·사업주·경영책임자 등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처벌하는 대상과 법으로 보호할 대상·적용범위를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① 중대재해 처벌 대상 도급인? ‘실질적 지배’가 가른다② 업무 지시했다면 ‘기업 총수’도 공범으로 처벌 가능③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