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서거 3주기 추모 기간 행사의 하나로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추모상영회를 전국 19개 극장 상영관에서 개최했다. 9월 개봉에 앞서 영화 제작을 후원한 시민들을 위해 일종의 시사회 형태로 진행했다.노회찬재단에서는 영화제작 기금을 모으기 위해 6천411명의 서포터즈를 모집했다. 애초에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갈 6천411명의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기획했으나, 추모 기간 중에 급작스럽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 1만명을 훌쩍 넘었다. 계획한 목표를 넘었기에 재단에서는 7월 말까지만 모집하고 마감한다.
벵갈루루라는 도시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했던 곳이었다. 검색을 해 보면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IT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고, 북부와 남부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라고도 했다. 그러니 인도 여행다운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게 되는 곳이다. 대도시라면 서울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벵갈루루는 그저 기차를 갈아타느라 어쩔 수 없이 반나절을 머무는 장소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함피에서 기차로 12시간 남짓 타고 내려와,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그 정도 시간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4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이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뿌리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이다.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법 적용은 불가하다는 관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계약에
부천시 보건소에 근무하는 오유경 간호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직’ 노동자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보건소에서 다친 시민의 상처를 처치하거나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상담하는 등 예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오 간호사가 본격적으로 바빠진 것은 2017년이 지나면서다. 2017년을 기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보건행정이 이뤄지게 됐다. 오 간호사가 일하는 부천시 역시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행정 수요를 찾아 행정기관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방문 간호 서비스를 시행
최근 쿠팡물류센터 근로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조(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됐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사업장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험난한 여정이며 노조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경우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곳 또한 다르지 않았다.이곳 근로자들은 ‘3·9·12(개월)’ 단위로 소위 쪼개기 근로계약을 반복하면서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후 전환심사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근로자 A씨는 3·9개월의 계약기간을 거쳐 현재 12개월짜리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미얀마의 6개월은 학살과 탄압으로 점철돼 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물결까지 뒤덮었다. 지난 월요일, 몬주 타톤 타운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오토바이택시 드라이버 아웅 파잉씨는 군대가 자신의 마을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도망치던 중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으로 지금까지 군·경의 총칼에 목숨을 잃은 시민은 934명이 됐다. 체포된 6천913명의 시민 중 65명에게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를 바랐다는 이유만으로 1천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최근 군부의 잔혹한 시위
지난 주말에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4차 유행기로 접어든 탓에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지인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어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도착한 뒤 조천읍에 있는 카페 ‘시인의 집’에 들러 주인장 손세실리아 시인을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다음 협재해수욕장으로 갔다. 바로 앞에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해수욕장에는 늦은 오후였음에도 제법 많은 이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있었다. 해수욕을 즐기러 온 건 아니었기에 해안가를 거닐며 풍광과 사람 구경을 하다 만찬(?)을 누릴 수 있을
1. 여름휴가를 앞둔 지난 금요일(23일),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소장을 검토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기간제 같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게 된 국립공원공단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사용자인 공단을 상대로 차별이 부당하다며 각종 수당지급을 청구하기 위한 소장이었다. 근로기준법 6조(균등한 처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로 접근해 작성해 온 후배 변호사의 소장 초안에 대해 나는 빨간펜으로 줄을 그어 가며 지적했다. 수정해서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하면서 20년 넘게 노동사건을 수
최근 산업재해는 많이 이슈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일이거나 TV에서 보는 뉴스로 보는 경향이 크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동료에게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렇다. 지난해 7월 이 지면에 실었던 ‘산재보험 사용설명서’에 이어 산재보험을 사용하는 몇 가지를 방법을 추가로 알려 주고자 한다.1.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장 보존과 사고 발생상황에 대한 조사가 중요하다. 업무 중 발생한 사고는 거의 산재로 승인되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민사상 배상 문제다. 사업주의 과실 유무, 안전조치 유무, 보호구 등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가석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분의 2의 형기를 마치거나 법무부 지침상 60%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치는 만큼 원론적으로는 대상이 될 수 있다.”이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동행했다. 그도 말을 빙빙 돌려 이재용 가석방을 지지했다. 그 다음날 언론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15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재용의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지난번 칼럼에서 필자는
어떤 주눅“우리처럼 공부도 안 했던 사람들이 정규직 되는 것을 바라면 안 되겠죠?” 서해 인근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하는 그가 대화를 잇던 중 잠깐 뜸을 들이더니 나즈막하게 물었다. 대도시에서 좀 떨어진 그 지역은 자본주의 냄새가 좀 덜하다. 그 사업장 조합원을 보면 순박한 느낌마저 든다. 그들은 “댁까지 모시겠습니다”며 교통체증에 주차도 어려운 서울까지 데려다주는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하청업체에서 일하던 그들은 노조를 만들고 노동조건이 개선됐다. 다른 노조들과 교류하며 정규직화를 원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 온 그의 질문이 의외였다
대학 시절 첫 헌법 수업이었다. 서른 명 남짓한 학생들이 강의실에 모였고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흐렸다.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한 마디를 남긴 채 곧장 나가셨다.“지금부터 이곳은 어떠한 법도 규칙도 적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무얼 하든 하지 않든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학생들은 웅성거렸고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복학생은 자신이 반장을 맡겠다고 선언했고, 다른 신입생은 동기를 장난삼아 때리며 여기선 이래도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두리번거리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칠 동료를 찾았다. 여러 소
때아닌 근로시간 논쟁(?)이 벌어졌다. 주 120시간이라는 생소한 숫자가 화두에 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청년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들었다며 언급한 내용이다. 근로조건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로 근로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되고, 일주일에 한 120시간 일해야 된다고 했다며, 주 52시간은 일자리 증가가 되지 않아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한 것이다. 일주일이 168시간이라는 것을 계산하고도 말한 것이 황당하지만, 주 52시간을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 일자리 증가가 목표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사람을 일자리를 채워
20대 취업준비생이 역대 최고로 많고, 구직단념자의 절반이 청년층이란 뉴스가 이번 주 내내 여러 언론에 실렸다. 취준생 3분의 1이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한국전력공사는 몇 년째 ‘입사하고 싶은 공기업 1위’를 기록 중이다.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이런 와중에 한전 간부급 전 직원이 입사 청탁을 받아 구속됐다는 뉴스도 나왔다.한전 지사 과장급으로 일하던 한 50대 A씨가 친구 B씨의 친구 C씨로부터 취업을 청탁받았다. A씨는 로비자금 3천만원이 필요하고 채용되면 추가로 1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0년 4월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참사로 38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결로를 막겠다고 대피로를 폐쇄하고,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폼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발주처가 안전조치 의무를 감리회사로 넘겼고,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서 일부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던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들은 이렇게
최근 자유민주주의가 논란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이다. 그의 출마선언문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윤석열 개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없다.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그가 던진 쟁점, 자유민주주의로 본 현 집권세력 모순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민주주의의 제약 조건으로 자유를 강조한 건 근대 사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몽테스키외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여론에서 독립적인 사법부를 강조했다. 여론으로 법의 판결까지 좌지우지된다면 법 자체가 권위를 가질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이 권위를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됐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도 대면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들이 떠올라 지난 11일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일터를 찾아 방역 봉사활동을 했다.왜 아파트 경비노동자 초소 방역활동이었나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역과 소독이 이뤄진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초소나 휴게실에 대한 방역과 소독은 그 안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당연하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서인지, 입주민을 중심으로 고민해서인지, 관리책임을 지는
노동조합 법률원에서 주로 노동법을 근거로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고 노동권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구조조정이다. 각종 터널링부터 시작해 사모펀드에 의한 회사 자산 약탈과 차입매수(LBO), 외국 자본의 투기적 행위, 사업장 해외이전·폐업, 각종 희망퇴직·정리해고 등은 노동법만으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회사법 등(각종 특별법 포함)도 같이 동원해야 하는데, 회사법 등은 노동권에는 애초부터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회사법적 논리에 따라 이뤄지므로 최
새우인가 복숭아에서 화끈한 맛이 난다고 한 친구가 있었다. 나에게 복숭아는 털을 벗기면 속살이 설탕 덩어리마냥 뽀얀 과육이 달콤하고, 나에게 새우는 이러나저러나 요리의 감칠맛을 더해 주면서도 껍질을 벗기면 탱글탱글한 맛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복숭아인지 새우인지 무언가에서 화끈한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거짓말하지 마”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허리디스크가 터져 두 달간 와식 생활을 하던 때였다.허리가 오랜 기간 안 좋았던 나에게 병원이 내린 진단명은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
날이 더워지면 2018년 어느 여름날 비보가 떠오른다. 한 정치인의 비극적 죽음에 며칠간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그를 추모하거나 그리워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노동운동이나 정치의 공간에서 노동자와 약자의 이해가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 다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이 소외되는 언론 공간에서 하나라도 의미 있는 뉴스를 전하겠다 마음을 다잡는 기자들도 있으리라. 혹자는 그의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정치적 언어를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나는 그를 애도하는 방식 중 하나가 정치(인)와 ‘돈’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