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촛불집회의 발단은 박근혜, 최순실이었다. 권력을 남용하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죄가 컸다. 그들에게 뇌물을 준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대법원이 확정한 뇌물액수는 무려 86억원이다. 사비가 아니라 삼성의 돈이었으므로 횡령죄도 적용됐다. 그런데 이재용이 가석방 결정됐다.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오늘도 너나 할 것 없이 또 ‘촛불혁명의 완수’를 말하며 표를 달라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국가경제’와 ‘사회감정’을 고려해서 이재용 가석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당시 재벌개혁을 크게 외쳤다. 현
“10여년간 잘 키운 사과나무에 몇 개의 썩은 사과가 있다. 썩은 사과를 따 낼 것인가. 나무를 베어 낼 것인가?”지난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개편 정부공청회에서 시민대표 김희준씨가 한 발언이다. 여기에 더해 사과밭 전반에 문제가 있다면, 밭을 엎을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과가 잘못인지, 나무가 잘못인지, 관리의 잘못인지 철저하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부동산 투기 문제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LH 문제다.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의 일탈인지, 관리의 문제인지 정확히 진단하지 않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반택시사업장 임금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11조의2(감차계획의 수립 및 시행 등) 시행일을 공포해야 한다. 부산지역 택시노동자 명재형은 지난 6월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정문 앞 망루에 스스로 몸을 가두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미 국회에서 제정된 ‘일반택시사업장 임금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택시발전법 11조의2’를 지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5일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61일
싸워야 하는 싸움“아빠, 우리가 이길 건가요?”“아니”“그러면 왜?”“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모든 것이 꼭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단다.”하퍼 리의 소설 의 한 장면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초기 미국 상황에서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순박한 흑인 청년을 애티커스 변호사가 변호를 맡게 된다. 그러자 마을의 모든 백인이 애티커스 변호사를 비난하고 조롱한다.그 애티커스의 어린 딸 스카웃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이길 수 있느냐고.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예감하고 있다. 그 흑인 청년의 결백이 명백하지만, 백인들
올 3월 초, 참여연대와 민변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 청구’로 시작된 LH 발 부동산 투기 의혹 이후, 그 파장은 사회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지난 3월29일, 국무총리실에서는 LH 기능 조정·축소, 민간·타기관 이양 계획 등을 발표했으며, 국토교통부는 6월27일 ‘LH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가권익위원회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소속 국회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고했으나, 탈당 거부로
2020년 기준 업무상 질병 판정 처리기간은 172.4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승인 혹은 불승인 결정을 받기까지 대략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산재 노동자가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최초 신청한 날부터 90일 이상 걸리는 건수도 전체 업무상 질병 신청 건수 1만8천634건 중 1만4천525건이다. 질병 판정 처리기간 증가에 따른 심의지연 문제로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산재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 적금 또는 보험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정권 출범 당시 호기롭게 외쳤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최종적으로 물 건너간 얘기가 돼 버렸다. 호언장담하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 아픈 일은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만 하다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첫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격차 완화와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최저임금제의 목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근로기준법 9조(중간착취의 배제)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성경 데살로니가 후서 3장10절에 나오는 문구다.내가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면서 하청업체 사장 얼굴을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야 6년 만에 처음 봤다. 어찌된 일인지 하청 사장 얼굴 보는 것이 원청 사장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힘든 세상이다.아사히글라스 원청 사장은 회사에 출근한다. 하지만 하청 사장은 출근하지 않는다. 하청 사장은 시설과 기계설비가 없다. 생산시설 없이도 수백명씩 고용한다. 오로지 싼값에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서
정부가 산업재해전문근로감독관을 양성하는 방안과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 확대와 역량 강화 방안을 위시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현재 산업안전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사업장이 일반 근로감독관보다 4배 많은 4천개가 넘는 조건에서 산업안전감독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필요·충분한 정도로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실효적인 산재 예방 해법!?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중대재해 소식이 매일 반복되어 들려온다. “적어도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아닌,
6월30일과 7월1일 이틀간 국제운수노련(ITF)이 주최하고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본부·호주운수노조(TWU)·뉴질랜드 퍼스트유니온(First Union)·브라질운수물류노조연맹(CNTTL)이 주관하는 ‘안전운임 안착 및 세계 확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 노동조합과 참가자들이 한국에 방문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함께했으나, 그럼에도 35개국 13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였다.안전운임제 도입은 화물연대의 18년 투쟁 성과다. 동시에 호주운수노조를 비롯한 국제연대의 성과이기도 하다. 화물연대는 200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불평등하다.2019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격차는 6.25배에 달한다. 그나마 2018년 6.54배에 비해 소폭 줄었는데, 이는 시장소득이 아닌 정부정책에 의한 분배소득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산소득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순자산 상위 20%와 하위 20% 간에 격차는 125배가 넘어섰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더 가파르게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부모 찬스’로 드러나는 교육격차는 ‘네트워크의 위계’를 통해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공고히 해 왔다.이러한 소득격차를 최소한이라도 줄여 생계를
이달 17일,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기구 1차 회의가 열렸다. 1년 반이 넘는 진통과 허송세월 끝에 공사 고객센터의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39명이 근무해 온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그러나 지난해 12월 6명, 올해 1월 1명, 3월 말 5명, 4월 말 2명이 퇴사했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이를 다루는 협의기구조차 구성되지 않고, 고객센터와 구성원에 대한 왜곡과 인격 훼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청년들의 기회를 앗아 가는 특혜성 직고용 반대한다.” “서울시 노동정책관님 우리도 서울시 공무원 시켜
지난해 11월27일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은 코로나19와 싸우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현장 간호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간호사 부족 문제를 두고 간호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법안은 다음과 같다.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 5년간 특정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게 하고 의무복무 위반시 지급받은 장학금 반납과 의료인 면허 취소, 일정 기간 재교부 금지가 따른다. 이 법안을
지난해 11월1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정 합의를 이뤘다. 노정 합의에 이르기까지 노동계와 정부(기획재정부) 간의 끈질긴 줄다리기가 있었기에, 노동계는 경사노위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국회 통과는 무난하리라는 기대에 벅차 있었다.당시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협·박주민·김주영 의원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였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약칭 한공노협,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에서는 오랜 논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한창이다.헌법 32조1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최저임금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재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융단폭격했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정말 그런가?첫째,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하게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거짓말이다. 2018~2019년 인상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높을 뿐이다. 2020년 2.9%, 2021년 1.5%로 연속 2년간 역대 최
저는 지방의 작은 민간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그리고 17년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13년차 간호사입니다. 30년 전 저는 국비로 등록금은 물론 숙식을 제공받으며 학업을 유지했고 졸업과 면허 취득 후 공공의료기관 중환자실에서 의무복무 3년의 근무를 시작했습니다.‘불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응급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나온,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환자를 간호할 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공의료 현장의 모습은 간호사로서 직업적 보람을 만끽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근무 1년6개월 만에 사직할 수밖에
지난 5월18일 정부는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는 때에는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 임금명세서에는 ‘근로자에게 임금 구성항목·계산방법,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경우 그 내역’ 등을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은 6개월 뒤인 올해 11월19일부터다. 적용 대상 사업장은 근로자 1명 이상 고용하는 전체 사업장이고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은 2012년 1조원을 돌파
‘울산 북항 석유제품 및 액화가스 터미널 1단계 LNG 패키지 건설공사’는 한국석유공사가 SK가스와 합작법인으로 참여하는 국책사업입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KDB인베스트먼트)가 주주인 대우건설과 SK건설이 시공합니다. 그런데 국책사업 현장에서 건설기계 노동자의 단체교섭을 부정하고 노조할 권리를 침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울산지역 100여개 건설현장에서 이미 체결한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 단체협약’이 대우건설의 지시로 거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벌써 40여일째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지난 4월15일부터 단체교
코로나19를 경험한 지 1년 반이 가까워지고 있다.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며 위기 극복의 희망을 품게 됐지만, 여전히 고용 문제는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고통 또한 커져만 가고 있다. 이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위기는 현장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며, 현장의 문제는 곧 지역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 차원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내 주체들의 준비가 부족하고, 위기 극복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지역 사회적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애써 사용한다. 지방자치단체라는 행정적 용어 자체가 ‘권한의 부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지난 10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정책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 몇몇 곳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혁신정책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고용안정(비정규직 정규직화), 소득향상(생활임금·공정수당), 경영참여(노동이사제), 노동안전(산업재해 예방, 감정노동, 유급병가), 일과 삶의 균형(노동시간단축, 특수고용·비정규직 휴가비 지원), 사회보장(저임금 노동자·특수고용직 사회보험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