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산재보험제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현실, 산재 판정의 과정, 산재보험의 취지와 법리를 간과한 주장이다.애초 난청의 소멸시효 논란은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48조 관련 별표5에서 치유시기로 보고 있는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
지난 26일, 안전운임제를 재시행하는 내용의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법 개정안이 오스트레일리아 의회를 통과했다. “노동법의 허점을 메꾸는 법(Closing Loopholes Act)”이라는 부제를 단 공정노동법 개정안은 임시직, 용역,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고, 차별·임금체불로부터의 보호를 강화하며, 노조활동과 초기업적 교섭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보수정부가 폐지한 전국적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개정안은 2022년 말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우리와 좋은 대조를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망한 커밍아웃’ 경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장 인상적인 사연은 누나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남동생의 이야기였다.남동생이 우연히 누나의 성적 지향을 짐작하게 됐고,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밝혀야겠다고도 생각하지 않은 누나는 얼떨결에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나는 여자를 좋아해”라고 담백하게 말한 누나는 남동생이 퀴어 차별적인 말을 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다. 남동생의 첫 번째 답은 이랬다. “누나도 상의 탈의하고 시위 나가는 그런 페미야?” 몹시 당황하며 넘겼는데, 다음에 오는 말들이 더 가관이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더 미치는 거죠. 간이화장실에 거품 나오는 변기가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관리가 안 돼서 똥이 꽉 차 있어요. 변기 안에만 오물이 있는 게 아니라 뚜껑에도 똥이 묻어 있고. 여자들은 오줌 참다가 방광염에 걸리고. 생리 때는 나가기를 포기하는 현장도 있어요.”7년 차 마루 시공 여성노동자 김아무개씨(46세)는 건설 현장 화장실을 설명하며 진저리를 친다.내 똥은 못 누고 남의 똥은 치우고 재작년 똥칠갑을 한 뉴스가 막 쏟아졌다. ‘인분 아파트’였다. 건설노동자들이 파렴치범으로 지목됐는데,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리
노동조합의 채용 상근자 인력난은 이미 심각하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를 찾기 어렵고, 두 번째로는 새로 진입한 상근자와 원래부터 그 조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던 활동가들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은 노조나 단체의 인재 수혈 구실을 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학생운동 그룹들은 매년 10여 명씩 젊은 활동가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겸손한 자세로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운동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진출했다. 그들은 노조 혹은 노조 없는 사업장에 들어가 내부의 조직 갈등을 대면하고, 인내심을 갖고 역량을
대법원은 2019년 4월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파주시 지역 소재 택시회사가 택시노동자와 2010년 개정된 최저임금법 6조5항(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을 앞두고 실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합의를 한 것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그 후 전국 곳곳 택시 운전기사들은 택시회사를 상대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
본지 2024년 2월27일자 10면 “자회사 인력 줄이고 용역 늘린 현대해상” 기사에서 현대해상이 콜센터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는 메타넷엠플랫폼이 아닌 메타엠이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1.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원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 핵심 역할을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노동자·시민 권리보장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차별 없이 일할 권리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사회 공공성 강화·시민 생존권 보장 △한국사회 체제 전환 5대 영역 40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등 그동안 민주노총이 요구해 왔던 노동정책들이 망라돼 있다. ‘주 4일제 도입’ 요구도 포함돼 있었다. 주 4일제라니 순간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간다.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부모도 노인이 되면 그 자식에게 의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존을 최소화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왔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또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며, 이미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서로 도우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연이라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023년 4월 말 기준 2만6천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3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1천220건으로 감소하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조항인 근로기준법 75의3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사용자가 조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정치인들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반면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늘 세금 감면이 대세가 된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는 식의 ‘낙수효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사실일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이론적 토대로는 ‘레퍼곡선’이 등장한다. ‘아서 레퍼’라는 학자가 레이건과 식사하면서 냅킨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밖에 떠돌 일 많은 나는 방수 신발을 사랑한다. 어릴 적부터 ‘메이커’를 동경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무슨 텍스라는 이름의 기능성 소재라면 껌벅 넘어간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든든한 것이다. 그러니 신발장이 터져 나간다. 통장이 텅 비어간다. 언젠가 멀리 사는 늙은 엄마 아빠에게도 꼭 필요할 것 같아 사 드리려는데, 극구 싫다 하신
‘조국 사태’는 2019년 하반기를 관통했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며 승리했다. 그때까지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은 2021년 3월 일어났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민심은 폭발했고,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했다.‘조국 사태’ 전에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조
“여보세요.”휴대전화에서 다부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젊은 목소리였다. 재활기록 속 이름과 생년월일을 빠르게 스캔했다. 나보다 겨우 한 살 위네. 어색한 침묵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려고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안녕하세요. 일환경건강센터입니다. 예전에 작업용 차량 개조 지원했던….”일면식도 없는 마흔 중반의 두 사람은 그렇게 10분 남짓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사안일’ 여섯 번째 사연은 산재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강인한 의지로 원직복귀에 성공했던 한 노동자가 겪은 두 번의 좌절에 관한 이야기다.청소차노동자에게 닥친 첫
과거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그 정권이 외세의 힘에 의존해 대통령이 되거나(이승만의 경우 미군정이라는 외세의 힘에 의존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군부의 쿠데타에 의해 집권함으로써(박정희는 5·16 쿠데타에 의해, 전두환은 12·12 쿠데타에 의해 집권) 권력형성의 정통성이 직접 문제가 됐다.김영삼 정권은 3당 합당으로 창출돼 개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외세에 힘입어 정권을 창출했던 것도 아니고 군부 쿠데타에 의해 집권한 것도 아닌 만큼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권력형성의 정통성은 인정받을 만했다. 그러나 권력행
* 이 글은 드라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티빙 오리지널의 최근 드라마 는 장단점이 뚜렷한 드라마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이재(서인국 분)가 자살에 대한 벌로 12번의 생을 부여받고 12번의 죽음을 반복한단 것. ‘자살은 가장 큰 죄악’이라는 종교계에서 흔하게 언급되는 세계관에 최근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환생 판타지가 버무려졌다.12번의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는 여러 명의 주연급 배우들과 다양한 장르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령 학교폭력의 피해자 권혁수(
경희대 학생 고 권대희씨가 2016년 9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인한 과다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저혈량 쇼크로 49일 만에 숨졌다.MBC PD수첩이 2019년 7월9일 이를 보도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고인의 사망 원인 규명에 수술실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도 PD수첩 보도 다음날 ‘성형수술 충격의 수술실 … 억울한 죽음 막을 CCTV설치 권대희법 통과될까’라는 제목으로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그러나 검찰은 여러
진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주축인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신속하게 주요 대학병원을 필두로 전국의 전공의 1만3천명 중 6천500여명이 집단 사직하는 방법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동조하며 전국의 의대생 9천여명이 휴학을 신청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했다.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수술과 진료가 미뤄지고 취소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3주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큰 의료대란이 올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영해 물류센터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인원이 1만6천45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내가 만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일용직의 경우 출근 신청을 했는데 출근확정 문자가 오지 않으면 ‘혹시 내가 블랙인가?’ ‘어제 일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생각한다 했다. 관리자들이 블랙리스트를 암시하면서 현장통제에 순응하게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쿠팡은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지난 16일과 20일,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 이전에 이해관계자 단체의 조직적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연금개혁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양일 모두 근로자단체 대표로 참석해 공적연금개혁의 배경과 원칙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한국노총이 공청회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안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실질적인 노인빈곤율 줄이기, 인구고령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계층별 소비 격차 해소, 내수경기 침체 예방 등을 위한 공적연금의 확대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