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채용 상근자 인력난은 이미 심각하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를 찾기 어렵고, 두 번째로는 새로 진입한 상근자와 원래부터 그 조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던 활동가들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은 노조나 단체의 인재 수혈 구실을 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학생운동 그룹들은 매년 10여 명씩 젊은 활동가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겸손한 자세로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운동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진출했다. 그들은 노조 혹은 노조 없는 사업장에 들어가 내부의 조직 갈등을 대면하고, 인내심을 갖고 역량을
대법원은 2019년 4월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파주시 지역 소재 택시회사가 택시노동자와 2010년 개정된 최저임금법 6조5항(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을 앞두고 실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합의를 한 것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그 후 전국 곳곳 택시 운전기사들은 택시회사를 상대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
1.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원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 핵심 역할을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노동자·시민 권리보장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차별 없이 일할 권리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사회 공공성 강화·시민 생존권 보장 △한국사회 체제 전환 5대 영역 40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등 그동안 민주노총이 요구해 왔던 노동정책들이 망라돼 있다. ‘주 4일제 도입’ 요구도 포함돼 있었다. 주 4일제라니 순간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간다.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부모도 노인이 되면 그 자식에게 의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존을 최소화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왔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또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며, 이미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서로 도우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연이라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023년 4월 말 기준 2만6천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3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1천220건으로 감소하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조항인 근로기준법 75의3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사용자가 조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정치인들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반면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늘 세금 감면이 대세가 된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는 식의 ‘낙수효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감세의 낙수효과는 사실일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이론적 토대로는 ‘레퍼곡선’이 등장한다. ‘아서 레퍼’라는 학자가 레이건과 식사하면서 냅킨에
‘조국 사태’는 2019년 하반기를 관통했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며 승리했다. 그때까지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은 2021년 3월 일어났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민심은 폭발했고,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했다.‘조국 사태’ 전에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조
“여보세요.”휴대전화에서 다부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젊은 목소리였다. 재활기록 속 이름과 생년월일을 빠르게 스캔했다. 나보다 겨우 한 살 위네. 어색한 침묵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려고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안녕하세요. 일환경건강센터입니다. 예전에 작업용 차량 개조 지원했던….”일면식도 없는 마흔 중반의 두 사람은 그렇게 10분 남짓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사안일’ 여섯 번째 사연은 산재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강인한 의지로 원직복귀에 성공했던 한 노동자가 겪은 두 번의 좌절에 관한 이야기다.청소차노동자에게 닥친 첫
과거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그 정권이 외세의 힘에 의존해 대통령이 되거나(이승만의 경우 미군정이라는 외세의 힘에 의존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군부의 쿠데타에 의해 집권함으로써(박정희는 5·16 쿠데타에 의해, 전두환은 12·12 쿠데타에 의해 집권) 권력형성의 정통성이 직접 문제가 됐다.김영삼 정권은 3당 합당으로 창출돼 개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외세에 힘입어 정권을 창출했던 것도 아니고 군부 쿠데타에 의해 집권한 것도 아닌 만큼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권력형성의 정통성은 인정받을 만했다. 그러나 권력행
* 이 글은 드라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티빙 오리지널의 최근 드라마 는 장단점이 뚜렷한 드라마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이재(서인국 분)가 자살에 대한 벌로 12번의 생을 부여받고 12번의 죽음을 반복한단 것. ‘자살은 가장 큰 죄악’이라는 종교계에서 흔하게 언급되는 세계관에 최근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환생 판타지가 버무려졌다.12번의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는 여러 명의 주연급 배우들과 다양한 장르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령 학교폭력의 피해자 권혁수(
경희대 학생 고 권대희씨가 2016년 9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인한 과다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저혈량 쇼크로 49일 만에 숨졌다.MBC PD수첩이 2019년 7월9일 이를 보도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고인의 사망 원인 규명에 수술실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도 PD수첩 보도 다음날 ‘성형수술 충격의 수술실 … 억울한 죽음 막을 CCTV설치 권대희법 통과될까’라는 제목으로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그러나 검찰은 여러
진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주축인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신속하게 주요 대학병원을 필두로 전국의 전공의 1만3천명 중 6천500여명이 집단 사직하는 방법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동조하며 전국의 의대생 9천여명이 휴학을 신청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했다.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수술과 진료가 미뤄지고 취소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3주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큰 의료대란이 올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영해 물류센터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인원이 1만6천45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내가 만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일용직의 경우 출근 신청을 했는데 출근확정 문자가 오지 않으면 ‘혹시 내가 블랙인가?’ ‘어제 일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생각한다 했다. 관리자들이 블랙리스트를 암시하면서 현장통제에 순응하게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쿠팡은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한국사회 세대담론은 주로 세대 간 갈등을 강조하며 가장 큰 불평등을 마주하고 있는 청년세대에 지원해야 한다는 방식이다. 세대 내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 세습으로 인한 견고한 구조적 격차라는 본질을 가린다. ‘청년세대’라는 일반론은 이것이 재현하는 삶의 조건과 필요, 요구가 어느 계층의 것인지 인지할 수 없고, 거기서 배제된 집단의 삶은 제거된다.각 세대 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 내의 자산, 주거, 고용, 소득, 학력 등의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명확히 보여주는 계
지난해와 올해 2건의 이주노동자 징계 건을 들었다. 허구한 날 욕하는 이사님께 한마디 했다가 정직처분을 받은 이주노동자, 회사 사정으로 휴업을 하는 날이 많아졌음에도 휴업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가, 도리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업무태만이라고 정직 처분을 이주노동자.이주노동자에게 일주일 정직 처분, 한 달이 넘는 정직 처분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니 조사관은 일주일 정직 처분이면 그리 길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한다. 한 달 월급의 4분의 1을 받지 못하는데, 그것이 길지 않을까. 한국에서
산업에서 에너지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에너지 산업은 모든 산업생산의 기초가 되는 인프라 산업이며, 기반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따라 경제의 성격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700년대 후반 1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점차로 석탄·석유·가스라고 하는 고밀도 에너지를 갖는 화석연료에 기반해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0여년 동안의 경제는 대체로 화석경제라고 부를 수 있다.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화석경제는 도대체 어떤 경로로 그 이전의 경제에서 전환돼 올 수
1. 일을 시작해야 했던 월요일(19일) 나는 를 펼쳐 들었다. “고공농성 조합원 쇠사슬 두른 동료 보고 울었다”는 제목에 기사를 읽게 됐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에 노동자가 고공농성 투쟁을 한다는 기사는 이것 말고도 더 있었다. “화물연대본부 알콜지회 노동자 고용농성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울산 한국알콜산업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나라 노동자들이 아직까지도 고공농성 투쟁을 한다
이번에는 ‘이승만’이다. ‘박정희 신화’가 무너지자 보수우파쪽에서 이승만을 새로운 ‘신화’로 제시하려는 듯하다. 정당이 수행해야 할 정치적 선전을 영화 한두 편으로 행하려는 세태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문예활동이 지닌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자 보수우파가 이라는 영화로 맞불을 놨다. 관련한 많은 논의가 여론을 달구고 있지만 따로 살펴봐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주장을 찾아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어떠한 논거를 가져오든 결국에는 이승만 ‘개
문재인 정부에 들어 노사정대표자회의 첫 회의가 열린 건 2018년 1월31일. 첫 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의제별·산업별 의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계하는 일’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구성 및 운영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근거법의 초안을 작성하는 일이었다.제1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년 1월31일)를 계기로 본격화된 사회적 대화기구의 전면 개편안은 같은해 4월23일에 개최된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2020년 12월부터 4년에 걸쳐 연재한 ‘아무나 유니온’ 칼럼이 새로운 이야기로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건준 아유 대표가 인터뷰한 노조 밖 아무나씨 100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 자아가 왜소한 것 같아요”. B의 얘기다. 시청률 따라 성취도 절망도 빠른 방송작가의 마음 근육은 어떨까. 비교하고 평가받는 마음에 자존감 차오르기 쉽지 않다. 물론 이야기를 쓰고 출연자를 섭외하는 등 변수를 극복하면서 쌓인 내공도 있을 것이다. 자아가 비대한지 왜소한지를 비롯해 안정형, 무시형, 집착형, 혼란형 등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