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심의를 요청했다.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큰 변화가 예고됐다. 근로시간면제 한도 고시가 시행된 지 무려 8년 만이다.그런데 이번에도 공무원 노동자는 논의에서 빠져 있다. 공무원 노조에는 근로시간면제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무려 15년이나 지났는데도 타임오프 한도 설정은 고사하고, 전임자 무급휴직을 비롯해 노조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만 가득하다.민
며칠 전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내년부터 새로이 제기하는 통상임금 소송의 배상금을 공공기관의 예산 항목 중 ‘예비비’ 항목이 아닌 ‘총인건비’ 항목에서 지출하도록 예산편성지침을 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이제껏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배상금은 기재부에 의해 매년 총액과 인상률이 정해지는 총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예비비 항목에서 지급돼 왔다. 당연한 일이다. 통상임금 소송의 배상금은 과거에 위법하게 과소지급된, 즉 체불된 임금을 법원의 판결에 의해 뒤늦게나마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대 전환’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산업전환.주 4일 근무제는 노동체제 그 자체의 대전환이다. 단순히 숫자가 주 5일에서 주 4일로, 8시간 줄어드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다.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과 한 몸을 이뤄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라는 후진국 노동체제를 떠받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줄이려고 하면 기존 임금·복지·생산체제와 부딪친다. 그래서 주 4일제는 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일터혁신으로, 노동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될 때 가능하다.주 4일제는 보
지난해 6월26일 평소와 다름없이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 준비를 하는데 벽에 뜬금없는 공고문이 하나 붙는다. “한국게이츠는 당일부로 한국 내 제조시설 폐쇄 및 철수한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말인가. 회사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자동차 시장 내 사업 효율성 검토에 따라 진행되는 전 세계 계열사 사업구조조정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당겨졌다고 했다. 하지만 폐업하는 순간까지 수십억원의 흑자를 내고, 투자 대비 30배가 넘는 수익을 가져가는 주주들이 댈 만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500일 넘게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조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기업들은 가치를 생산한다. 효율적으로 생산을 조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임무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명칭을 달고 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회사들도 있다. 특히 다단계 생산·유통 구조의 중간에서 이익만 챙기는 회사들이 있다.건설기계를 이용한 생산이 이뤄지는 곳에는 ‘똥쟁이’라는 존재가 있다. 중기회사라는 명칭을 달고, 단지 전화기 한 대로 건설기계를 부르는 역할을 하는 회사. 건설기계 노동자가 노무를 제공해 임대료를 받으면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 이익을 챙기는 회사들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달 예정됐던 파업을 노사 잠정합의로 철회했다. 핵심쟁점인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고,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강화 및 재정 여건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천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조6천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사상 초유의 재정 위기에 놓였다. 노인·장애인 같은 교통약자에게 제공하는 무임승차 비용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운수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노후시설
매년 국회 국정감사와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을 때마다 언급하는 것이 공공기관 부채다. 최근 기재부 자료에 의하면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공공기관 40곳 중에서 한국전력과 한국석유공사·한국철도공사 등 19곳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전망된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영업이익을 그해 갚아야 할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인데, 1보다 적으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채가 증가하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이유로는 코로나19 불황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측면과 함께
평소 다양한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정부민원안내콜센터(국민콜 110) 상담사가 됐다. 입사 당시 원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이지만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외주업체를 통해서 이뤄졌고, 그 관리란 쉽게 말해 상담사들끼리 경쟁을 부추겨 콜을 가능한 많이 받게 만들고 콜수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민원안내콜센터는 여느 때보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과 폭발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원청인 국민권익위원회의 무시무시한 침묵을 등에 업은 현장 관리자들은 비정규직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전투구가 극심한데 우리 시민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6년 퇴직금이 50억원이라거나 수백억원의 뇌물 리스트, 나아가 수천억원의 불로소득을 나눠 가지는 검은돈 잔치를 보면 할 말이 없다. 또 검찰이 야당을 사주해 여당 정치인을 고발하는 희대의 불법 정치공작이 벌어져도 여야 모두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다. 국회의원은 물론 검사와 검찰총장·대법원 판사·재벌·대선후보가 주연인 이 저질 코미디를 언제까지 봐야 할까.주지하듯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항쟁으로 손쉽게 집권했고 스스로 촛불정부임을 자임했다. 그리고 적
‘노회찬 6411 정신’이라는 말의 의미, 또 그것의 살핌은 노회찬이라는 한 정치인의 삶을 찬양하거나 조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6411 정신은 ‘노회찬의~’라고 부를 때조차 그의 소유물임을 뜻하지 않는다. 노회찬이라는 인물도 그렇지만, 6411 정신은 시대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노회찬과 함께 견뎌 내고 돌파한 사람들의 것이다. 노동존중을 구현하기 위해 진보정치를 요청한 시대, 그리고 진보정당에 삶을 몽땅 갈아 넣어야 했던 사람들의 염원인 것이다. 아직 실현되지 못한, 아니 그 실현이 아직도 한참 남거나 불투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9월15일부터 파리바게뜨 등 SPC그룹 사업장들에 대한 전면적인 운송거부 투쟁을 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방송들은 파리바게뜨 가맹점들의 빈 진열대를 부각하며 민주노총이 노노 간의 이권다툼으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SPC가 투입한 파업 대체 차량 파손 등 여러 사건을 엮어 파업 중인 화물노동자들을 폭력·범죄 집단으로 내몰았다.화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시기에 무엇 때문에 운송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정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 코로나19로 지급하는 지원금도 이번이 벌써 5회차다. 어려운 시기, 국민을 위한 고민의 결과이며 많은 이들에게 간절한 정책이다.그런데 이번 5차 상생 국민지원금만 해도 너무 번거롭다. 6월 기준의 거주지, 건강보험료, 가구 구성을 포함해 신청 전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카드사에서 간단한 조회만으로 대상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조건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지원금 대상자는 아니라고 수신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에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대면수업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과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거나 구할 수 없는 악조건에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학업과 생활 모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도 이 조건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경기도는 사회 첫발을 내딛는 대학생들에게 노동권리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도내 대학들과 협력해 노동인권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76개 대학이 있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매년 지원 규모를 늘려 갈 계획이다.연간 1
“너무 온건한 법은 거의 준수되지 않으며, 지나치게 엄격한 법은 거의 시행되지 못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유명한 법언(法諺)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논란을 지켜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불분명한 조항이 많아 법 집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등의 경영계 반발과 5명 미만 사업장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죽음의 차별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등의 노동계 반발이 있었다.이해관계자 모두가 수긍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해야 법의
보건의료노조 8만 조합원이 90%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하자 핵심 요구인 ‘공공의료·인력 확충과 간호사 처우개선’이라는 핵심 요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사실 인력충원과 간호사 처우개선은 지난해 ‘덕분에 캠페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수차례 약속했고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여야 대표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25일 국회 보건복지원회 특별결의문에서도 빠지지 않으면서 최우선 해결과제로 부상했다. 그런데 과연 정부와 국회는 간호사들의 ‘처우’가 어떤지, ‘개선’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코로나19가 이어
민간위탁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 8개월째에 접어든 정부민원안내콜센터(국민콜 110) 노동자들은 안타깝게도 민간위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우를 받으며 근무한다. 민간위탁 때는 없던 복지포인트 연간 40만원, 명절상여금 80만원, 유급병가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다.국가인권위원회는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공무원과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같은 공무직 간에도 차별이 심각하다.휴식시간 1분을 초과하면 감점되는 1점을 만회하려면 월 110콜을 추가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국민권
134킬로칼로리, 2.71~1.27배, 30킬로그램, 1.5(33%), 10명 중 7명, 3분의 1, 이주노동자, 98%….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 숫자와 단어들은 어떤 조합일까. 지난해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7~8개월간의 연구조사를 통해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 숫자와 단어들은 소위 이 보고서의 키워드라고 하겠다.본층은 소위 건축물의 지상층 구간을 말하며, 연구의 핵심은 형틀목수 거푸집 작업 중 지상층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폼’(알루미늄 거푸집) 작업의 노동강도에 관한 것이다. 알폼은 철근
우리 사회 노동기본권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산업재해는 만연하다.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노동법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의 저항은 정당하고 필요하다. 민주노총 10월 총파업은 하반기 정기국회와 내년 선거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어떻게 성사되는지는 향후 대정부·대자본 관계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간 민주노총 총파업은 여러 비판을 받아 왔다. 그 중 가장 뼈아픈 비판은 ‘뻥파업’이라는 것이다. 매번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과 함께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7월 말부터 9월까지 격주로 대대적인 현장 불시 일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 등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현장점검이 산재를 실제로 줄일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사고사망 절반 줄이기 정책에도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재해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현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제점검이 증가하고 있는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이미 공단은 2019년 하반기
저는 20여년간 물리치료를 업으로 하는 의료인으로 일하면서 제가 정당하게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빼앗는 숫자 ‘5’에 여러 차례 갇혀 살았습니다.제가 경험한 사례들은 분명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5명이 넘는데, 가족경영으로 근로자수를 속이는 곳, 동일한 장소에 근무함에도 서류상 다른 사업장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통화할 일이 있을 때 동료와 소속 직장 이름을 달리 말하게 하는 곳, 2~3주 단기간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고 차명계좌로 임금을 지급해 사용자의 4대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곳, 사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