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6시45분쯤 됐을까. 서울 강남역 스크린도어 장애물 감지 센서가 이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도구를 챙겼다. 강남역 승강장까지는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센서는 스크린도어 개폐문 양쪽 날개 격인 비상문과 고정문 끝에 하나씩 달려 있다. 가는 동안 비상문쪽 센서이길 바랐다.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비상문쪽이면 간단한데, 고정문쪽은 승강장쪽으로 들어
영화 은 노동이 행복이자 고통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5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면서 영화계와 미술계를 비롯한 세간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을 연출한 임흥순(46·사진) 감독은 1970년대 동일방직 똥물 투척 사건과 YH 농성에서 시작해 4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디에나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한 명씩 소환해 낸다.임 감독은 옛 구로공단(구로디지털단지) 여공과 콜센터 상담원, 기륭전자 노동자, 항공사 승무원, 외국
“우리(한국노총)가 바보입니까. 현장이 초토화되는 일은 없습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14일 오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중집위원과 금속·화학노련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김 위원장의 호소에도 이날 중집 회의장은 결국 아수라장이 됐다. 사건은 오후 3시께 벌어졌다. 한쪽에서 &ldquo
"한국노총 총파업 선언 이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왜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하나."(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두 가지 의제(일반해고·취업규칙)에 대해서는 내 목을 걸고 막아 내겠다."(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왜 이렇게 급하게 하려고 하나."(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나를 믿어 달
"비 한 번 억수로 오네."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선 지난 24일 오전.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강화처장이 천막 위에 고인 물을 한 쪽으로 몰아 쏟아 내며 말했다. 이날로 12째를 맞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국노총 천막농성장에도 빗줄기가 들이쳤다. 몽골식 천막을 지탱하고 있는 성인남자 손목 정도 두께의 철제 뼈대는 웬만한 태풍에도 끄떡없
"따르릉.""인권재단 사람입니다.""박래군 몇 살이냐!" "빨갱이들!"다짜고짜 쏟아지는 욕설을 한두 번 듣는 게 아닌 듯 활동가 난새(39)씨의 얼굴이 '급' 심드렁해진다."눼에~눼에~." (뚝.)"이상하게 남자들은 내 나이를 물어보고, 욕은 여자들이 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희망버스를 시작으로 '희망버스'는 고립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아이콘이 됐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집회 참여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수년째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경찰이 주거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이유로 단순참가자들까지 무더기
지난 11일 오후 버스 한 대가 부산고등법원 앞에 섰다. 부산고법 항소심 선고를 앞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 송경동 시인,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가 버스에서 내렸다. 30여명의 예술가·인권활동가들도 함께였다. 법원 앞에서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들과 경북 밀양 할머니들이 '연대가 곧 희망'이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이들을 맞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주간 점검회의가 열린 4월20일. 부서별 보고가 끝난 뒤 이남신(50) 소장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좋아요'가 문제였다."지하철 경정비 노동자들이 시청역에서 농성 중인데 (농성 소식을 올린)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거의 없어요. 보면 맨날 나만 '좋아요'야."서울지하철 1~4호선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교실 대신 광장을 택한 교사들이다. 전교조가 이날 9년 만에 벌인 연가파업에는 전국에서 온 조합원 3천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총파업 본대회에 앞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동기본권 쟁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단원고 인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연립주택단지 상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방을 찍은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4·16기억저장소'가 사진가들과 함께 주최했다.아이들이 떠나 비어 있는 방은 지난해 4월16일 이후 그대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복과 인형이 놓인 책상을 치우지 못
우리 조상들이 말을 타고 달렸던 만주 벌판, 옥저에 이어 고구려·발해의 영토였던 곳. 바로 간도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는 이 지역의 출입을 금했다.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일대가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발상지라는 이유였다.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섬이라는 뜻에서 간도라 불렸다.조선시대 철종 임금 이후 양반과 관리의 학정과 수탈을 피해 백성들이 간
계단처럼 생긴 황토색 민둥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캐는 광산이다. 온통 검은색인 무연탄 광산과 색깔만 다를 뿐이다. 산골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일하는 ‘막장’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민둥산 꼭대기에 있는 석회석 야적장을 향해 크고 작은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진다. 전에 없던 광경이다. 민둥산 중턱에 개발된 광
지난 14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모처럼 봄날 활기가 넘쳤다. 쌍용차 정문에서 굴뚝이 보이는 곳까지 가는 50미터 남짓한 길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가 차린 굴뚝김밥과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노동자들이 부치는 전, 시민·사회단체와 예술가들의 무료 노동상담, 노래공연·그림·사진전&middo
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한 임나경(26·가명)씨는 8개월째 구직활동 중이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언감생심이다. 구조조정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에 실리는 마당이니 이력서 내기도 무섭다. 3월이 되자 비금융권 기업 4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임씨는 "해외 인턴을 하느라 동기들보다
지난 6일 아침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상가. 이런 곳에도 공장이 있나 싶어 연신 두리번거리다 건물을 겨우 찾았다. 계단을 올라 3층에 닿으니 40~50대 중년 여성 한 무리가 이쪽이라고 손짓을 한다. “열쇠 말고 번호키를 해 달라고 해야겠어.”“흥! 사장이 퍽이나 해 주겠다.”때마침 열쇠를 갖고 있던 또 한 명의 중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 2그룹이 지난 6일 공익전문가안(검토의견)을 특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전문가 2그룹은 그러나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같은 비정규직 고용규제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해고 요건 기준·절차 마련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 재량에 맡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과 최저임금 인상"을 일자리 질 올리기 대표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삶의 질 향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2015년 2월 현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비정규직 규모 변화 없어=정부는 지난해 말 발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약하면서 내세운 정책은 고용불안 해소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였다.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업무재조정·무급휴직·근로시간단축과 같은 노력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취업자들은 늙어 갔다. 저임금·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를 주저했다. 노인빈곤율이 50%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구직시장에 몰려든 사람은 중장년들이었다. 이들은 청년들이 주저하는 사이 생존을 위해 나쁜 일자리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 고용률 70%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