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위기였던 2016년 이후 숙련된 용접공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전국의 용접 단가가 많이 내려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노동자들이 떠나간 거제의 쓸쓸한 풍경이 기사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한국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이 연간 목표량의 40%를 웃돌고, 2000년대와 같은 초호황기가 도래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숙련공들이 많이 이탈한 것이 리스크라고 말한다. 위기의 시기에 쫓겨난 노동자들이 다시 거제로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선업의 위기라는 이유로 삭감된 임금이 회복되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새 정부가 가장 우선 다뤄야 할 노동현안을 물었다. 응답자들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현안은 근로시간 유연화(27.9%)였다.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이달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 정부 노동개혁 과제로 1주 12시간을 상한으로 하는 연장근로시간 산정을 월 단위로 바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 발표했다. 많은 언론에서 “한 주 최대 92시간 근로”가 가능해질 것이라 비판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로시간 상
화물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적용받는다. 일정 조건을 갖추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지만 그 협소한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기존 품목을 늘려 가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소위 말하는 전속성(주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만 산재 적용 가능)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되기도 했다.그런데 아직도 너무 어렵다. 현장에서 일하는 화물노동자가 산재보험법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운전하는 차량이
한국 조선업계가 4년 만에 세계 1위 타이틀을 회복했다.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중 48%에 해당하는 120만CGT(20척)를 우리나라가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34%에 해당하는 84만CGT를, 일본은 17%인 42만CGT를 수주했다. 수주 호황에 대한 위험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심각한 인력난’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7년 사이 현장인력이 50% 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없어 배를 만들 수 없다면서 인력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쏟아진다. 숙련 노동이 절실한 조선업계의 인력난과
스타벅스 ‘정규직 100%’ 사실인가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사측의 발빠른 대응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파트너 상생 개선안’이라고 발표한 내용과 언론을 통해 보도된 트럭 시위 이후 현장의 모습을 보자면 제2, 제3의 트럭 시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된 ‘리유저블컵 대란’은 트럭 시위의 스모킹건이었을 뿐 노동 현장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리유저블 이벤트를 할 때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고,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연장노동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런 정
1.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이정식 장관이 직접 나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관해서 브리핑했다. ‘모두말씀’ 부분에서 노동부 장관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등 현재 상황을 진단하더니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으로는 해결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편 가르기갈라치기가 한동안 도마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쳐 시위하는 장애인을 공격했을 때다. 갈라치기는 그 사람만의 수법이 아니다. 지지자를 만들려 지역·계급·계층·세대·성향에 따라 편을 나눠 온 정치는 오래된 갈라치기 기술이 아니었던가.일상에서 우리는 자주 편을 나눈다. 축구·배구·야구·농구·줄다리기 등 경기를 할 때 편을 가른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편을 나눈다. 갈라진 편이 일시적이거나 상대에게 해를 미치지 않고, 특별한 앙금이나 상처를 남기지 않는 경우들이다. 오히려 편을 나눠 더 많은 즐거움을
지난해 이맘때쯤 서울 명동역 근처에서 살았을 때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가면 왼편으로 세종호텔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호텔 입구에서 아주 조금 더 걸어가면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있었다. 지나가면서 마음으로는 응원했지만, 결국 그 마음은 직접 전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 이야기는 복잡하다. 그런데 동시에 아주 단순하고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익숙하다.세종호텔은 처음에는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았다. 매달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고 그렇게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호텔을 떠났다. 그러다 호텔은 기
1948년 올림픽은 런던에서 열렸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그 파탄과 후유증으로 인해 1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정치적 분단이 영토 분단으로까지 전개되는 와중에 미군정 치하의 한국은 1947년 6월1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회원국으로 승인받았다. 남한이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을 선포했고 북한 또한 같은해 9월9일 건국을 선포한 것에 비춰 보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우리가 일제에서 독립했다고 세계에 선언하고 또한 승인된 것은 1947년 6월이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지 두 달째다. 새 권력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언론에서 연일 상황을 중계한다. 그 하나는 집권세력과 야당, 집권세력이 장악한 행정권력과 야당이 장악한 의회권력 사이의 싸움이다. 국회는 아직 원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집권여당 안에서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가진 당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이준석 대표는 혁신위를 구성해 현 권력지형을 바꾸려고 하고, 정권 창출의 공신인 ‘윤
은 청계피복노조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1월에 개봉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작품상 후보작에 올랐고, 들꽃영화상에서 대상을 받은 수작이다.영화 제작은 2018년 김정영 감독이 서울에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디지털영상 아카이빙 작업을 위해 봉제노동자 구술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한 것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이혁래 감독이 합류하면서, 실제 사진과 글 등 다양한 사료가 곁들여지면서 만듦새가 풍성해졌다. 영화에 쓰인 사료들은 각자 보관하고 있던 개인 자료 외에 전태일기념관과 민주화기념사업회
통계청이 지난달 11일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하자, 언론이 일제히 ‘취업자 늘었지만, 절반이 고령층’이란 제목을 달았다. 언론은 이런 제목을 사용해 공공근로 같은 질 낮은 정부 주도형 노인 일자리 확충 때문에 전체 취업자가 약간 늘어나 보이는 착시일 뿐이라는 걸 강조했다.서울신문은 다음날 20면에 ‘취업자 86만명 늘었지만… 절반은 시니어’라고, 한국일보는 10면에 ‘4월 취업자 22년 만에 최대 늘었지만 절반이 60대 … 노인 일자리 확대 영향’, 동아일보도 B2면에 ‘4월 취업자 86만명 늘었지만…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자’
정부가 2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년연장·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723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은퇴연령 도래, 저출생과 기대수명 증가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연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정부의 문제의식처럼 인구구조 변화는 당장의 현실로 다가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2021년 12월9일)에 따르면 2020~2030년 생산가능연령(만15~64세)인구는 357만명 감소하고, 고령(65세 이상)인구는 490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
⑤파리바게뜨 투쟁이 한창이다. 2017년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제빵사 5천300여명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이후 여러 파고를 거쳐, 노사·시민사회단체·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가 맺어졌다. SPC그룹이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고, 3년 안에 본사 직원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적용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그렇게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적반하장으로 노조탄압과 인권침해를 일삼았다. 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우리 사회가 정말로 체감한 것은 바로 ‘주 52시간’이라는 노동시간단축이었을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명백한 과로사회였다.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라는 기사가 식상해진 지 오래다. 누구보다 출근을 빨리하고 퇴근은 늦게 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이고, 승진으로 가는 길이었다.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오는 게 일상이고, 월요병을 극복하려면 일요일에 출근하면 된다는 조언까지 나왔다.그러던 것이 정부가 바뀌자 엄청나게 변했다. 정부가 삶과 일의 균형을 적극 주장하고, 국회는 근로기준법을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 고장에 대한 신속한 정비가 강조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담당 영역이 100여개 이상의 설비가 있는 넓은 공간인 반면, 개인 방독면 보관함은 1개뿐이며 안전수칙 준수에는 60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구를 적절히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산재 역학조사 보고서 중 일부다.안전과 위험.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위험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안전한 방식이 아님을 알면서도 위
국회 앞이나 거리에서 쉽게 마주하는 원색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주장은 과장을 넘어선 허위다. 차별금지법의 목표는 고용·교육·일상서비스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성소수자 인권 침해만 문제 삼지 않는다. 법 제정은 시민들이 다양한 이들의 존엄한 가치를 제고하는 데 의미가 있다.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입법만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개선되거나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질 리 없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멸시에 가까운 노동 차별이 줄어들거나 여성들이 가정과 노동시장에서 겪는 이중고가 해소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차별을 금지한다 한
1. 오랜만에 법률학교를 진행했다. 지난주 사무소 교육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지 못했던 노동법 교육을 했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참석자 대부분은 노조간부였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노동자의 법적 대응 등을 살펴보기 위해 긴급히 편성해서 했던 강좌였다. 지난달 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돼서 하게 된 교육이었는데, 신청자들이 몰려 한 차례 더 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인사를 하고서 나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한두 개의 대법원판결이 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올해 종료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기로 국토교통부와 합의하고 지난 7일부터 시작한 파업을 14일 종료했다.그런데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언론은 연일 불법이라느니, 2조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느니 하면서 정당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기 바쁘다.과연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불법’의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 역시 억지다.우선 헌법 규정을 보자. 헌법 33조1항은 노동자들이 단결권·단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글을 에 두 번 썼다. 2월28일자 “3차 대전으로 치닫는 러시아의 특수작전”과 4월21일자 “미어샤이머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는 중국’”이다.앞에서는 “무엇 때문에 침공이 일어났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썼다. 뒤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의 방어벽이 되는 것도 포기하고, 중립국이 되는 것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는 미국 정치학자의 주장을 소개했다.지난 18일 유튜브의 ‘BBC 뉴스’ 채널에 러시아 담당 편집자 스티브 로젠버그가 세르게이 라브로